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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가출해버릴까?’ 생각은 여학생이, 실행은 남학생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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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가출해버릴까?’ 생각은 여학생이, 실행은 남학생이 더 많다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10.19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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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늘 명령조로 지시, 아빠는 강압적인 태도로 숨 막히게 해”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청소년들은 가족 문제, 학교생활 문제 등으로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픽사베이]
청소년들은 가족 문제, 학교생활 문제 등으로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픽사베이]

여자 중ㆍ고교생이 남자 자살이나 가출을 고민해 본 경험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가출 생각 비중이 높지만 실제 가출 경험은 남학생이 많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한 여고생은 “나 자신이 싫어지고 집에 있기 답답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 자살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아파트 경비원한테 붙잡혔어요. 옥상에 CCTV가 있었는데 모르고 올라갔다가 아저씨가 뛰어 올라오셨더라고요.” 이처럼 개인적인 문제나 가족 문제, 학교생활 문제 등으로 자살을 생각해 본 중고생이 해마다 늘고 있다.

“가출하고 싶다” 가출경험·생각 있는 총 494명 분석

17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강원대 간호대 박현주 교수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조사한 2020년도 ‘아동·청소년 주거환경 및 혐오표현 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자 중ㆍ고교생이 남자 학생들보다 자살이나 가출을 고민해 본 경험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자 중ㆍ고교생이 남자 학생들보다 자살이나 가출을 고민해 본 경험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부모님과의 충돌 때문에 충동적으로 집을 뛰쳐나가게 된 경우도 많았다. [자료=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박 교수는 자료에서 최근 1년 이내에 가출을 경험이 있는 학생 135명, 가출하지는 않았지만 가출 생각이 있는 학생이 359명 등 총 494명을 추출해 분석했다.

성별의 경우 가출 경험이 있는 학생 중 남학생이 64.4%(135명중 87명)였지만 가출 생각만 있는 학생 중에서 남학생은 41.5%(359명 중149명)로 여학생보다 적었다.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가출 경험률은 2.56배 높게 나타났다.

박 교수는 선행 연구와 비교하며 “가출 경험은 남학생이 유의하게 많았다는 연구결과와 일치하는 결과”라며 “두 그룹을 비교한 연구결과는 아니지만 성별이 가출 경험의 위험요인이며, 남학생이 더 많이 가출을 경험한다는 결과와도 유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 번도 따뜻하게 말해준 적 없는 가족에게 짜증 나 

18살 여학생 김모양은 중학교 2학년 때 첫 번째 가출을 감행했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어머니는 항상 “수업 끝나고 학교 앞에서 기다려”라고 명령했다. 어머니의 지도하에 바로 학원에 가서 2시간 공부하고 돌아와 부족한 과목 개인과외를 1시간 반 받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새벽 1~2시까지 공부했다. 견디다 못해 ‘즉흥적’으로 친구와 함께 강원도 인제에 있는 친구네 할머니집에 갔다가 붙잡혀 돌아왔다.

그의 가출은 단순히 공부에 대한 중압감 때문만은 아니다. 어머니가 너무 싫었고 아버지의 강압적인 태도는 숨이 막히게 했다. 그는 “엄마는 늘 명령조로 지시했고 아빠는 공부는 때가 있는 법이라며 ‘지금 넌 공부할 때야. 집중해’라고 늘 강조했는데 한 번도 따뜻하게 말해준 적이 없어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16살 박모양 역시 “엄마랑 아빠가 사이가 안 좋아 매일 싸운다”라며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라고 말했다. 그는 “20살인 오빠는 나가서 친구랑 살고 집에 부모님과 나밖에 없는데 엄마 아빠가 매일 언성을 높이니 학교 끝나고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늦게 들어가고 그러다 보니 차라리 집을 나오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가출을 감행했는데 3일 만에 엄마 친구한테 잡혀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들의 가출은 “날 좀 그만 내버려 둬”라는 비명과 같아

여자 중ㆍ고교생이 남자 학생들보다 자살이나 가출을 고민해 본 경험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여자 중ㆍ고교생이 남자 학생들보다 자살이나 가출을 고민해 본 경험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19살 남학생 정모군은 중3 때 아버지에게 매일 논다고 야단 들어서 충동적으로, 친구와 함께 자취하는 여학생들 집으로 들어갔다. 오래 가출할 생각은 아니었으나 “이 새끼야! 안 들어올 거야, ×××야”라고 고함치는 아버지의 음성메시지를 듣고 집에 안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 “좀 도와달라. 죽을 것 같다”라며 ‘자금’을 거뒀다. 매일 라면 먹고 없으면 술로 때우며 살았다. 여학생 집에서 같이 생활은 했지만 ‘큰 사고’는 없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울며 연락해와 집에 들어갔더니 따뜻한 저녁이 차려져 있었다. 아버지와는 2~3주 동안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그는 “가출하고 난 뒤 내 생활은 달라진 게 없지만, 부모님은 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는 일시적·도피적 가출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이다. 대부분 부모님과의 충돌 때문에 충동적으로 집을 뛰쳐나가게 된다.

이런 가출은 “날 좀 그만 내버려 둬”라는 비명과 같다. 준비 없이 감행한 가출인 만큼, 장기화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거리에 나서자마자 덮쳐오는 유흥 문화와 성매매 산업은 이들이 장기적·일탈적 가출로 빠져들 위험성을 열어놓는다.

청소년들을 위해 적극적인 가출 예방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이 필요해 

가정 경제력에서 중간 정도인 학생의 가출 경험률이 상위 경제력 가정보다 낮았다.[사진=픽사베이]
가정 경제력에서 중간 정도인 학생의 가출 경험률이 상위 경제력 가정보다 낮았다.[사진=픽사베이]

고등학생의 가출 경험률은 중학생보다 1.5배 높았다. 가정 경제력에서 중간 정도인 학생의 가출 경험률이 상위 경제력 가정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박 교수는 “가출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다면 중간 정도보다는 높은 정도의 가구경제 수준을 가진 청소년에서 가출 실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라면서 “이는 가구경제수준이 낮을수록 가출을 반복하게 된다는 선행연구와도 반대되는 결과인데,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 원인에 관해서는 추후보다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울 상태인 청소년의 가출 경험률은 우울 상태가 아닌 학생의 1.9배였다. 불안이 있는 학생의 가출 경험률은 불안이 없는 학생의 1.6배였다.

박 교수는 논문에서 “가출 경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은 성별(남성)·낮은 자아 존중감·고소득 가정·학교급(고등학교)이었다”며 “가출을 생각하고 있다면 남학생이거나 자아 존중감이 낮거나 가구의 경제 수준이 높거나 고등학생이 가출을 실제로 행할 위험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을 위한 적극적인 가출 예방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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