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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돌아온 ‘플라스틱 빨대’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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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돌아온 ‘플라스틱 빨대’의 나비효과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3.11.21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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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를 완화했다. [사진=픽사베이]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를 완화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11월 7일 환경부의 발표가 커피전문점 업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일회용품 사용규제 방침을 완화하는 게 골자였는데, 주요 내용은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었다. 

원래는 올해 11월 24일부터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규제 품목이 더 늘어날 터였다. 지난해 11월 개정된 이 법은 사용규제 대상을 플라스틱 컵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우산 비닐 등으로 확대했다. 다만, 정부는 비닐봉투, 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와 종이컵 사용금지에 대해서는 1년 동안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뒀다.  현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밀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이 계도기간 종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갑작스레 계도기간의 무기한 연장을 발표한 셈이다. 환경부가 갑작스럽게 친환경 정책을 되돌린 건 자영업자들이 비용 증가와 고객과의 갈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대체품이 마땅치 않아 계도기간 연장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종이컵은 아예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대신 정부는 권고와 지원을 통해 종이컵 사용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환경부의 이 같은 결정에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법 개정 발표 이후 커피전문점은 주로 종이 빨대와 생분해성 빨대를 사용해왔다. 그런데 음료 맛을 떨어트리고 빨대가 쉽게 눅눅해지는 탓에 사용이 불편하다는 고객 불만에 시달려왔다.

일부 매장은 이런 불만을 해소하고자 기존 제품에 비해 수배나 가격이 비싼 종이 빨대를 사용했지만, 이 역시 비용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플라스틱 일회용품은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이다. [사진=픽사베이]
플라스틱 일회용품은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이다. [사진=픽사베이]

김포시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최영일(45세‧가명)씨는 “법 시행이 예고된 2년 전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꿨는데, 종이 빨대가 너무 흐물거려 쓸 수 없다는 고객 항의를 여러 건 받았다”면서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건 이해되지만 종이 빨대 가격이 비싼 만큼 비용을 지원해주거나 정부가 나서서 종이 빨대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계도기간이 아예 연장돼 천만다행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계를 대변하는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정책 철회를 지지하는 입장문을 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일회용품 사용 허용 및 계도기간 연장은 비용 증가, 인력난, 소비자와의 갈등에 직면하는 소상공인의 부담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이라면서 “소상공인도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만 현시점에 시행되는 일회용품 규제는 필요 기반이 전혀 구축돼있지 않아 소상공인의 애로가 컸다”고 환영했다. 

다만 친환경 빨대 제조업체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친환경 소비재를 의무적으로 쓸 거란 정부 말을 믿고 투자와 고용을 늘렸는데, 이제 반품 세례를 맞게 될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사용 규제가 계속 유지된다. [사진=스타벅스코리아]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사용 규제가 계속 유지된다. [사진=스타벅스코리아]

실제로 이런 업체들이 모인 ‘종이 빨대 생존 대책 협의회’는 지난 11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회원사 기준 현재 재고량이 약 1억4000만개고, 회원사 이외 업체의 재고량을 더하면 약 2억개의 재고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회원사 기준 월 생산량이 2억7000만개지만 현재 판로가 막혀 생산기계 가동을 멈춘 상태”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긴급 자금 지원, 계도기간 시한 지정, 판로 확보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전국 업체 현황을 보면 올해 안에 도산하게 되는 중소업체들이 대부분”이라며 “긴급 자금 지원이 당장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규제 계도기간의 정확한 일정 발표 및 시행이 시급하다”도 덧붙였다.

계도 연장 조치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부의 이번 결정은 소상공인에만 해당된다. 대형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업체에서는 일회용품 금지 철회 조처가 적용되지 않는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매장에서 음료를 마실 때는 여전히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정부가 일회용품 금지 철회 조처를 하면서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한정했다. 

친환경 소비재 제조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이렇게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거면 관련 산업은 외부 투자를 받기 힘들 것”이라면서 “친환경 관련 업체들의 경영 동력도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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