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3:52 (토)
[경제 톺아보기] 50대 뛰어넘은 2030 빚…소득은 줄고 빚은 늘고
상태바
[경제 톺아보기] 50대 뛰어넘은 2030 빚…소득은 줄고 빚은 늘고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3.12.21 2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젊은 영끌족 “가난이 이런 거구나 느끼고 있어요”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2030세대의 부채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부모 세대인 50대를 넘어섰다. [사진 = 픽사베이]

청년들의 빚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20대의 경우 전월세 보증금이 주원인이라고 정부가 분석했다. 코로나19 시기 내내 청년층 빚은 다른 세대보다 눈에 띄게 늘어났었다. 30대 이하 청년층의 가계대출 잔액이 부모 세대의 50대를 넘어선 것은 가계부채 DB가 작성된 2012년 이후 2020년이 처음이다. 최근 고금리로 청년층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50대보다 많은 상황은 유지되고 있다.

30대 이하 가계대출 잔액 514조5000억원, 전체 가계대출의 27.6% 차지

청년들이 빚 때문에 버거워하고 있다. 이들의 부채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부모 세대인 50대마저 넘어섰다. 한국은행 가계부채 DB 분석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하 가계대출 잔액은 514조5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27.6%를 차지했다. 40대(28.1%)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 것뿐 아니라 50대(24.8%) 대출 규모도 뛰어넘었다.

청년층 가계부채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영끌족의 등장이다. 급격히 상승한 집값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 젊은이들이 무리한 부채까지 부담하면서 아파트 구매에 뛰어들자 관련 빚도 증가했다.

직장인 갈모(37)씨는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것을 지켜보다가 불안한 마음에 ‘일단 저지르고 보자’라는 심정으로 집을 샀다”라며 “막상 사고 보니 ‘이 빚을 어떻게 다 갚나’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친다”라고 밝혔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올해 1~10월 전국 아파트 매매 중 20·30대 매수는 11만406건으로 전체 31.4%(20대 4.5%, 30대 26.9%)를 차지했다. 30대 아파트 매수 비중이 40대(25.9%·9만1184건)를 추월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30대 “하우스푸어가 무슨 말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빚을 낸 젊은이들은 “하우스푸어가 무슨 말인지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직장인 길모(35)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무리를 했더니 정말 힘들다”라며 “1억 5천만 원의 전 재산으로 4억이 조금 넘는 아파트를 마련하다 보니 모자라는 금액 모두 대출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건강이 좋지 않아 휴직을 하고 있어 혼자 벌고 있는데 월급의 반이 이자를 갚는데 나간다”라며 “앞으로 이사는 안 다녀도 된다는 점을 제외하곤 빚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다”라고 전했다.

주부 박모(38)씨도 “결혼하고 서울에서 전세로 살았는데 아이를 낳고 집값이 계속 치솟다 보니 불안한 마음에 경기도에 집을 마련했다”라며 “경기도라고 해도 집값이 싸지 않아서 받을 수 있는 만큼 대출을 몽땅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인상되면서 생활비, 식비, 아이들 학원비까지 모두 줄였는데도 생활이 너무 퍽퍽하다”라며 “하우스푸어가 무슨 말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기에 주거지 마련을 위해 청년들이 빚을 지다 보니 씀씀이도 줄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월 발표한 ‘금리 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대출 보유 차주의 연간 소비가 평균 13만2000원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가장 타격을 받았다. 60대 이상의 소비 감소 폭은 3만6000원이었는데 20대의 감소 폭은 29만9000원에 달했다. 30대 연간 소비 감소 폭은 20만 4000원으로 20대보다 조금 나았다.

KDI의 한 연구위원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취약차주 위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청년층이 중장년층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직장인 월급 뻔히 아는데 빚내서 집 사라고 할 수도 없어 

청년세대의 경우 과거에 집을 싸게 사 집값 상승효과를 누렸던 기성세대와 달리 빚을 많이 져야 해 부채 증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청년세대가 빚을지는 경우가 많고 빚을지는 경우 소득 대비 그 비율이 높은 것은 일반적인 경향”이라면서 “다만 청년 부채의 공통적인 주요 항목이 주거비라고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지난 30여 년간 소득 대비 집값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도 청년 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한양대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는 BBC 코리아에 “현재 50, 60대인 기성세대는 1990년대 집을 살 때는 빚을 많이 지지 않고도 연소득의 서너 배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집을 살 수 있었지만, 현재는 (연)소득 대비 집값이 서울 같은 경우 20배씩 되는 정도기 때문에 빚을 많이 질 수 밖에 없다”라며 “특히 청년세대의 경우 과거에 이미 집을 싸게 사 집값 상승의 효과를 누렸던 기성세대와 달리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많이 져야 해 부채 증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산에서 거주하는 67세 안씨는 “우리가 한창 일할 1980~90년대에는 ‘10년만 열심히 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에 열심히 일했다”라며 “실제 내 주위 사람들만 봐도 그때 내 집 마련을 한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좀 더 크게 넓혀서 간 친구 정도만 약간의 빚을 내서 내 집 장만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아들도 요즘 내 집 마련을 하겠다며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는 것 같은데 본인이 모아둔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한숨만 쉬고 있다”라며 “집은 꼭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직장인 월급 뻔히 아는데 빚내서 사라고 할 수도 없어 한숨만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위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 비해 청년 가구의 전체 자산 규모 확대 속도가 떨어지고, 전체 자산 중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은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시사캐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