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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SK온, 성장동력 '풀충전'... 전기차 배터리·ESS로 글로벌 톱티어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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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SK온, 성장동력 '풀충전'... 전기차 배터리·ESS로 글로벌 톱티어 노린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4.01.17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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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이현주 기자)

탄소중립 기조에 훈풍을 맞은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올해 세계 전기차 시장은 각 정부의 보조금 삭감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기침체 우려와 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배터리 업계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대장은 숨고르기에 나서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SK온
SK온 ci.

배터리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은 업계의 위기를 절차탁마(切磋琢磨)의 기회로 삼았다. SK온은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말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후 매 분기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공장 수율 문제로 적자 규모도 늘어났다.

SK온은 흑자 전환 시점으로 2024년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는 매 분기 적자폭을 축소해 오며 흑자경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는 적자흐름을 끊어내고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긍정적 신호로 몇 가지 기회 요인이 지목된다.

우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조항에 따른 AMPC(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IRA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3690억 달러를 투입한다. AMPC는 IRA의 세부 조항 중 하나로,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 셀·모듈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면 해당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배터리 셀을 생산한 기업에는 kWh당 35달러, 모듈의 경우 kWh당 45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실적에 처음 반영된 AMPC 금액은 2099억 원으로, AMPC 수혜 효과에 따른 수익성 향상의 길이 열리고 있다.

그동안 SK온이 성장을 위해 풀어야 할 과업은 수율 문제였다. 수율은 제조한 배터리 중 판매가 가능한 합격품의 비율로, 수율이 높으면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고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SK온은 전기차 시장이 활기를 띨 무렵 글로벌 생산거점을 빠르게 늘려가기 시작했다. 지난 2022년 헝가리 2공장과 미국 조지아 1·2공장을 증설을 완료했지만, 낮은 수율로 인해 연속적인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이후 SK온은 수율 개선에 주력했고, 지난해 말 한국, 중국에 이어 미국, 유럽 사업장 모두 수율 90%를 달성했다. 수율이 정상 궤도에 들어오면서 수익성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

사진=SK온
사진=SK온

헝가리ㆍ중국 공장 증설... '생산능력 확대'

이제는 기회를 살려 도약할 때를 노리고 있다. 올해 헝가리와 중국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서 생산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옌청 공장은 올해 2분기 중 33GWh의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며, 헝가리 이반차 3공장도 올해 본격적으로 상업 가동을 시작한다. SK온은 2025년 연산 280GWh, 2030년 500GWh로 생산능력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파우치형ㆍ각형ㆍ원통형으로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

동시에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를 꾀하며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만을 생산해 오던 SK온은 단일 폼팩터의 한계에 부딪혔다. 고객사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 SK온은 각형 배터리를 시작으로 원통형 배터리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현재 SK온은 각형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원통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SK온이 개발하고 있는 4680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 46mm, 길이 80mm의 원통형 배터리로, 기존의 2170 원통형 배터리를 대형화한 제품이다. 테슬라가 지난 2020년 처음 공개해 업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4680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고, 공정 횟수가 적어 제조 비용이 저렴하다. 또한 규격화된 크기로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고 범용성이 넓다는 이점이 있다. 4680 원통형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2년 108GWh에서 2030년 705GWh로 연평균 27% 성장이 예상된다. BMW, 볼보, 제너럴모터스(GM) 등도 4680 원통형 배터리 적용을 예고하면서 4680 원통형 배터리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흐름을 읽은 SK온은 4680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이번 CES 2024에서 "이미 각형 배터리 개발이 완료됐고, 원통형 배터리를 고민하고 있다가 개발을 (상당 수준까지) 했다"고 밝혔다. 원통형 배터리 양산 시점에 대해서는 "고객들이 원하면 거기에 맞춰서 하겠다"고 답했다. 고객사마다 요구하는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배터리 포트폴리오가 확대되면 고객 확보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 '잰걸음'... 2028년 상용화 예정 

SK온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장 큰 문제는 폭발·화재의 가능성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바꾸고 분리막을 없앤 2차전지로,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이 적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시대를 이끌어갈 차세대 배터리로 떠오르면서 배터리 업계의 치열한 기술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SK온
사진=SK온

SK온도 오는 2028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지난해 단국대 신소재공학과 박희정 교수 연구팀과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공동 개발하고, 관련 기술에 대한 국내외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SK온과 연구팀이 개발한 고체 전해질은 리튬이온전도도를 기존 대비 70% 개선한다. 연구팀은 리튬이온전도도가 높아지면 안정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고체 전해질 소재의 미세 구조를 균일하게 제어하는 기술로 해결했다. 아울러 덴드라이트 현상도 억제했다. 충·방전시 리튬 이온이 음극 표면에 쌓이면 분리막이 훼손돼 배터리 수명이 줄고, 내부 단락을 유발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화학적 안정성이 우수해 양극 물질과 반응성이 적고 덴드라이트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온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점쳐지고 있다.

다만 모든 기회의 전제는 전기차 수요에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되면 수익성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체된 전기차 시장... 성장 돌파구로 'ESS 시장 공략'

SK온은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SK온의 발길이 향한 곳은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다. ESS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기에 공급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신재생 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2050 탄소중립 기조 아래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가 부각되면서 ESS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블룸버그 에너지 뉴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ESS 시장은 2021년 110억 달러에서 2030년 262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30%의 급성장이 예측된 상황. SK온도 ESS 사업으로 발을 넓혀가고 있다.

SK온은 현재 미국 지역과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미국 ESS 기업인 'IHI 테라선 솔루션'과의 협력을 시작으로 북미에서 ESS와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ESS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차량 충전 사업용 ESS와 선박용 ESS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활로를 모색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간다는 구상이다.

SK온의 성장 동력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24년을 글로벌 경쟁자와 어깨를 겨루는 수준을 넘어 글로벌 톱 기업으로 전진하기 위한 '도움닫기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온이 K-배터리를 선도하는 키 플레이어로 도약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는 가운데 후발주자의 역전 드라마가 절정을 향해가고 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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