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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홍콩H지수 급락에 우는 여의도 금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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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홍콩H지수 급락에 우는 여의도 금융가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4.01.24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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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홍콩H지수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사진=픽사베이]
홍콩H지수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사진=픽사베이]

국내 금융업계가 또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주요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올해 들어 2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동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언뜻 보면 ELS를 주식·펀드와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수익을 내는 구조를 살펴보면 확실히 다르다”면서 “주식은 주가가 올라가면 올라가는 대로 수익이 발생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손실이 나지만 ELS는 조건별로 수익률이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ELS는 주식이나 펀드와 달리 기대수익률로 따지는 게 아니다. 조건에 맞는 확정수익률을 보장받는다. 종목형 ELS의 경우, 주가가 40~6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5~1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식이다. 원금 보장 여부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원금을 100% 보장하는 원금보장형에서부터 원금의 80~90%까지 보장하는 부분보장형,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원금비보장형까지 여럿이다. 원금보장 정도에 따라, 옵션의 종류에 따라, 투자기간에 따라 여러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홍콩H지수 추이. [자료=구글파이낸스]
홍콩H지수 추이. [자료=구글파이낸스]

최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건 홍콩H지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서 산출하는 지수로, 변동성이 높다. 최근 중국 경제는 미중 무역갈등 심화와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우량한 중국 기업들의 주가도 꺾이게 된 셈이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어설 만큼 잘나갔지만, 그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5100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문제가 된 ELS는 홍콩H지수가 만기까지 일정 비율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파생상품이었다. 지수가 반토막 수준에 그쳤으니 손실이 발생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손실 규모는 앞으로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홍콩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의 반등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올 들어서만 11% 급락해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큰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 손실이 이어진다고 하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규모는 상반기에만 6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게 금융업계의 전망이다. 

논란의 화살은 금융권에 꽂혔다. 관건은 이렇게 손실 위험이 큰 상품을 안내할 때, 이 위험성을 고객에게 제대로 고지했느냐다. 홍콩ELS 피해자모임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권이 홍콩 ELS가 고위험도 상품임에도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했다”며 “이는 명백하게 금융위원회 지침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가입 시에 원금 손실 날일 없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손실날 수 없는 상품이다, 금리는 높고 안전한 상품이라는 문장의 안내를 받았다”며 “어떻게 대부분의 은행, 대부분의 지점에서 모두 한결같이 똑같은 안내를 받았냐”며 주장했다.

국내 금융권 불완전판매 민원 현황. [자료=윤영덕 의원실]
국내 금융권 불완전판매 민원 현황. [자료=윤영덕 의원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완전판매 민원인 중 10명 중 3명은 60세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2022년 상반기 까지 접수된 불완전판매 민원인은 은행 민원 1448명, 증권사 민원 1762명이었다. 그 중 60세 이상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459명(31.7%), 565명(32.1%)이었다. 금융권이 고령층의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 부족 현상을 악용해 고위험 상품을 파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지난 2019년에도 파생결합증권(DLS)과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린 투자자가 상당히 많았다. 당시 상품의 기초자산인 독일 국채(10년물) 금리, 미국(5년물)과 영국(7년물)의 이자율스와프(CMS) 금리가 하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일정 범위 내의 주가 하락 위험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ELS 같은 파생상품에 혹하지만 이런 상품들에도 분명 리스크는 있다”면서 “원금비보장형 ELS는 기초자산이 상장폐지되면 원금 전액을 날릴 수 있는데, 요즘같이 불안한 장세에서는 ELS에 편입한 우량주라고 해도 손해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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