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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직장인 10명 중 1명 “입사 전후 근로 조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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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직장인 10명 중 1명 “입사 전후 근로 조건 달라”
  • 김지영 기자
  • 승인 2024.02.27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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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돌아가신 게 대수냐. 나와서 일해라’라는 폭언도 들어

(시사캐스트, SISACAST= 김지영 기자)

 

직장인들은 여전히 회사측이 ‘갑질 아닌 갑질을 하는 것으로 느낀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성차별적 발언 등이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원의 취업 방해 및 취업 방해를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게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관련 제보 사례를 공개했다. 잡플레넷에 따르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할아버지 돌아가신 게 대수냐. 나와서 일해라”는 등의 인류애를 상실한 언급을 한 최악의 직장 상사도 있었다. 이처럼 직장인들은 여전히 회사측이 ‘갑질 아닌 갑질을 하는 것으로 느낀다’고 밝혔다.

직장인 블랙리스트에 대한 증거 확보가 어려워 신고하기 힘든 상황

현행 근로기준법은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직장갑질119는 규정이 이렇지만 현실에선 많은 직장인이 블랙리스트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신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는 블랙리스트로 불이익을 받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이외 대응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신고하지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취업 방해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제보자는 지난해 12월 직장갑질119에 “부장에게 팀장의 괴롭힘 사실을 털어놓자 오히려 ‘이 학교에서 그만 일하고 싶냐’ ‘이 업계에서 일하고 싶지 않냐’라는 말만 들었다”며 “이 말을 듣고 정규직 전환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면담 내용을 비밀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면접 시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질문한 면접관"…직장인들 ‘분노’ 

직장인 10명 중 1명 이상은 면접 중 불쾌하거나 부적절한 질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잡플래닛]

직장인 10명 중 1명 이상은 면접 중 불쾌하거나 부적절한 질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여자친구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이도 있었다. 한 직장인은 “면접 자리에서 부모님과 집안 형편, 여자친구 유무를 물어보고 그 여자친구와 성관계했는지까지 질문했다. 면접관들은 이런 농담이 다 사회생활이니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불쾌한 면접’ 경험률은 지역과 성별, 연령, 고용형태와 상관 없이 고르게 나타났으나, 일용직 근로자일 경우 23.7%로 2배 이상 많았다. 연봉이나 근로계약 형태가 입사 전에 제안받았던 것과 다른 ‘채용 사기’를 경험한 이들도 많았다. ‘채용 사기’ 경험률은 17.4%로, 비정규직(22.8%)이 정규직(13.8%)보다 9%포인트(p) 높았다.

프리랜서·도급·위탁·업무위탁 등 '비근로 계약'을 요구받았다는 응답은 10.1%에 달했으며, 이 경우 86.1%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결국 비근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입사 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16.8%,‘작성은 했지만 근로계약서를 교부받지 않았다’는 응답은 11%였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무려 42.1%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쪽 세계에서 일 그만하고 싶냐’라는 이야기까지 들어

2023년 직장갑질119는에 올라온 사례를 보면 “면접 후 학위 및 경력상 연봉이 얼마까지 가능하다고 팀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심사숙고한 끝에 기존 직장을 퇴직하고 근무지로 내려왔다. 그러나 사측은 입사 이후에도 근로계약서 쓰기를 차일피일 미뤘고, 재촉해도 좀 더 기다려보라고만 했다”라며 “이후 급여일이 돼서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됐는데 연봉이 처음 구두 계약한 것과 크게 달랐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전의 얘기와 다르다며 항의했으나 억울하면 본인을 고소하라는 황당한 답변만 이어졌다”라며 “‘이쪽 세계에서 일 그만하고 싶냐’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한 직장인은 “수습기간 3개월 동안은 프리랜서로 근무하게 됐다. 3개월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서 여러 번 요청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아직도 미작성 상태”라며 “회사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직장을 찾아봐야 하는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입사할 때는 학벌이나 여러 가지 조건이 좋다며 회사측에서 먼저 근무환경과 조건을 제시하며 다 적용해 준다고 말하더니 이제는 내가 매달리는 상황처럼 바뀌었다”라며 “허탈하고 자존심도 상한다”고 전했다.

노동자를 기망하는 채용 광고 내지 않도록 하루빨리 보완입법에 나서야 해

면접 때 회사측은 근무환경과 조건을 제시하며 적용해 준다고 하더니 정작 근로계약서를 차일피일 미루는 사례도 있었다. [사진=픽사베이]

회사의 갑질을 제보한 한 제보자는 “직장상사가 ‘너는 다리가 이쁘니 치마를 자주 입어라. 그래야 보는 사람이 즐겁다’라는 말과 ‘운동할 때 어디를 중점적으로 하냐. 엉덩이냐’라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했다”라며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도 그런 말들을 자주 해 수치심이 든다고 회사측에 알렸더니 그만큼 몸매가 좋다는 뜻이니 기분 좋게 받아드리라는 괴변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절실한 마음으로 좋은 직장을 찾아다니는 노동자를 기망하는 채용 광고를 내지 않고, 올바르게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채용절차법을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지 않아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며 “정부와 국회는 하루빨리 보완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가 갑이고 직장인이 을이니 갑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여전히 남아있다”라고 덧붙였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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