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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LG엔솔,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캐즘 넘어 퀀텀점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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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LG엔솔,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캐즘 넘어 퀀텀점프 노린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4.03.22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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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이현주 기자)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사진=LG에너지솔루션

올해 처음 개최된 '2024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종합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은 기업이 있다. 인터배터리 어워즈는 참가 기업 제품 중 기술리더십과 혁신성, 상품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드니켈 Pure NCM'으로 총 9개 수상 부문 중 최고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선보인 이 제품은 고전압에서 구동이 가능한 미드 니켈(NCM613) 소재를 발굴, 적용한 노트북 배터리다. 단결정 양극 소재를 사용해 고전압 환경에서 전극의 장기 내구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업계 최초로 노트북 배터리에 미드니켈 Pure 100%를 적용했다. 기업의 혁신 기술은 노트북 배터리 시장에서 라인업 다각화, 가격 안정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2차전지가 곧 기업의 미래"... 빛 발한 고(故) 구본무 회장의 선구안

초격차 기술력으로 한 발 앞서 가는 LG에너지솔루션. 기업의 행보는 곧 K-배터리의 미래로 연결된다.

지난 1992년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유럽 출장 중 접하게 된 2차전지에서 기업의 미래를 내다봤다. 2차전지 샘플을 가져와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한 후 1997년 노트북, PC 등에 활용되는 소형전지의 시험 생산에 성공, 1999년에는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 전지 양산에 성공했다.  

시작이 좋았지만, IMF 여파로 인해 2차전지 사업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2차전지를 미래 성장동력이라 확신한 구 회장은 힘든 상황에서도 투자와 연구개발을 이어갔다. 그 결과, LG화학은 2013년 '스텝 배터리'를 개발하고 2015년에는 스마트워치용 '헥사곤 배터리'와 스마트워치용 밴드형 '와이어 배터리'를 선보였다. 모든 제품 앞에는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소형전지 부문에서 입지를 굳힌 LG화학은 자동차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전지로까지 발을 넓히기 시작했다. 2007년 현대 HEV(아반떼)와 2009년 GM 볼트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후 포드, 아우디, 르노, 폭스바겐, 벤츠,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 배터리 공급처를 늘려갔다. 이는 수년에 걸친 연구개발과 지속적인 투자로 맺어진 결실이었다.

LG화학은 2009년 충북 오창에 이어, 2010년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2015년 중국 남경, 2016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며 세계 최초로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전기차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 유럽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것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복안이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ci.

2020년 12월, LG화학은 전지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배터리 전문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했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갔다. 2020년 12조5700억 원이던 매출은 2022년 25조5990억 원으로 늘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액 33조7455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2조 원을 넘어서며, 전년 대비 78%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둔화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4분기에는 매출 8조14억 원, 영업이익 3382억 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각각 2.7%, 53.7% 감소했다. 4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반영분 2501억 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영업이익은 881억 원이다.

업계 불황으로 인한 실적 타격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시장 수요 약세에 따른 완성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가격 인하와 보급형 모델 출시는 소비자 구매심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메탈 가격 하락세의 장기화도 OEM들의 배터리 가격 부담을 완화해 향후 배터리 재고 재확보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 아래 LG에너지솔루션은 생산시설 투자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약 10조9000억 원)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기업의 생산능력은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늘었다. 2020년 연 120GWh(기가와트시) 수준이던 배터리 생산능력은 2022년 200GWh, 2023년 300GWh로 확대됐다. 오는 2025년에는 총 540GWh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기차 67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GM JV2 공장과 스텔란티스·혼다·현대차 합작공장 등 북미 지역 내 생산거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수요가 회복되면 배터리 출하량도 늘어나게 된다. 준비된 기업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위기 속 기회를 내다보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사진=LG에너지솔루션

생산시설 투자와 함께 연구개발(R&D) 투자비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중이다. 2020년 261억 원이던 R&D 투자비용은 2021년 6540억 원, 2022년 8760억 원으로 확대됐으며, 지난해에는 1조 원을 넘어섰다.

보급형부터 프리미엄까지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캐즘 속 성장 돌파구 마련

LG에너지솔루션은 업황 악화에도 R&D 투자를 이어가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실현해가고 있다.

지난 2020년 테슬라가 4680 원통형 배터리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46시리즈는 차세대 배터리로 떠올랐다. 46시리즈는 지름 46mm에 높이를 80mm에서 125mm로 다양화한 배터리로, 기존 2170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을 5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제품이다. 테슬라에 이어 BMW,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며 46시리즈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착수하며 선두로 시장에 진입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오창 공장에서 4680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4680 배터리는 테슬라 사이버트럭에 우선 탑재될 예정이다. 이 외에 리비안, 벤츠도 4680배터리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며 46시리즈 시장 선점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2024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셀투팩(CTP, Cell To Pack) 기술을 최초로 공개했다. 셀투팩은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생략하고 셀을 직접 팩에 조립하는 방식이다. 배터리 구성을 간소화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 무게를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파우치형 셀투팩은 파우치 셀의 가벼운 무게 특성을 유지하면서 팩 강성을 높이고 검증된 열전이 방지 기술을 적용해 안정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파우치형 셀투팩 공급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LFP, NCM 배터리를 개발, 중저가 전기차 시장으로 발을 넓혀가고 있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니켈, 코발트와 같은 비싼 자원을 사용하지 않아 생산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안전성이 뛰어나 저가형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LFP 배터리 시장을 미리 선점해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테슬라, 벤츠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사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LFP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LFP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말부터 중국 난징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전기차용 LFP 배터리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유럽, 북미 지역에서 신규 공급처 확보를 위해 다양한 고객사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양극재 생산업체 상주리원과 전기차 및 ESS용 LFP 배터리 양극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상주리원으로부터 LFP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 약 16만톤을 공급받게 된다. 이는 4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 100만대 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향후 추가 공급계약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LFP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동시에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삼원계(NCM, NCA)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면서 가격을 낮춘 고전압 미드니켈 NCM을 개발,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한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

미드니켈 NCM은 니켈 함량을 40~60% 수준으로 낮춰 기존 하이니켈 대비 가격이 저렴하지만, 열 안전성은 30% 이상 높다는 장점이 있다. LFP 배터리에 비해서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무게가 40% 가량 가볍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전압 미드니켈 NCM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고전압 미드니켈 NCM은 니켈 비중을 낮추고 전압을 4.35~4.4V까지 끌어올려 에너지 밀도를 높인 제품이다. 배터리 업계에서 가격 경쟁력이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고전압 미드니켈 NCM으로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2025년 예정됐던 미드니켈 양산 시점은 올해로 당겨졌다.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가 붙으며 초격차 경쟁력이 확보되고 있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캐즘(chasm, 시장 대중화 직전 수요 침체)에 빠졌다. 다만 글로벌 탄소중립 시대에 전기차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여겨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정체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보급형 전기차 배터리 개발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한편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연구를 지속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늘려가고 있다. 오는 2027년 리튬황 배터리를 양산하고, 2030년에는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불모지였던 국내 배터리 산업을 개척하며 배터리 역사를 이어왔다. 이제는 시대 흐름을 내다보며 K-배터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엔솔 2.0 시대를 연 LG에너지솔루션이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으로 캐즘을 넘어 퀀텀점프할 수 있을 지, 기업의 미래에 귀추가 주목된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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