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가족이나 지인에게 목돈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일은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발생한다. 주택 구입이나 전세보증금 마련, 사업자금 등을 이유로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빌려주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세법상 가족 간 금전거래가 단순한 '대여'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다. 실제로 돈을 빌린 것인지, 아니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대여 형식을 취한 증여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금전거래 시 유의사항과 증빙
가족이나 지인 간 금전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래의 실질을 보여주는 증빙이다. 차용증이나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기본이다. 계약서에는 빌리는 금액과 이자율, 이자 지급일, 원금 변제기일, 상환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단순히 '언젠가 갚는다'는 식으로 작성하기보다 실제 상환계획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하지만 차용증 하나만 작성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세무상 중요한 것은 계약서의 존재뿐 아니라 실제로 돈을 빌려주고 갚았는지 여부다. 돈을 빌려줄 때와 돌려받을 때는 현금보다 계좌이체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체 내역에 '대여금'이나 '원금 상환' 등 거래 목적을 남기고, 이자 지급 내역도 별도의 금융거래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문자나 카카오톡 등 메신저 대화도 보조적인 증빙자료가 될 수 있다. 돈을 빌리기로 한 경위와 상환 일정, 이자 지급 등에 관한 대화가 남아 있다면 실제 대여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국 차용증과 금융거래 내역, 이자 및 원금 상환 기록이 서로 일치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무이자 또는 지나치게 낮은 이자율로 가족 간 돈을 빌려줄 때는 주의해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금전을 무상 또는 적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율로 빌린 경우 그에 따른 이익을 증여로 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시행규칙상 적정 이자율은 법인세법 시행규칙상 이자율을 기준으로 정하도록 돼 있으며, 일반적으로 세무 실무에서는 연 4.6%가 기준으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부모가 성년 자녀에게 1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준다고 가정하면 적정 이자율 4.6%를 적용했을 때 연간 이자 상당액은 460만원이다. 다만 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에 대해서는 시행령에서 1000만원이라는 기준금액을 두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적정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를 지급했다고 곧바로 모든 차액에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거래금액과 기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 증여세 면제와 과세 기준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주는 경우라면 증여세 공제 한도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현행법상 성년 자녀가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을 경우 10년간 5000만원까지 증여재산 공제가 적용된다. 미성년자는 2000만원이다. 따라서 부모에게 받은 돈이라고 해서 모두 비과세되는 것은 아니며, 10년간 받은 증여재산을 합산해 공제 한도를 판단해야 한다.
반대로 실제로 돈을 빌린 것이라면 '증여공제 5000만원 안에서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증여공제는 말 그대로 증여재산에 적용되는 공제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대여라면 차용증과 이자 지급, 원금 상환 등을 통해 처음부터 대여 거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환능력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예컨대 소득이 거의 없는 자녀에게 부모가 수억원을 빌려주고 장기간 원금을 전혀 갚지 않았다면 차용증이 있더라도 실제 대여인지 의심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일정한 소득이 있는 자녀가 약정에 따라 매월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상환한다면 실제 금전소비대차였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다.
상환 과정에서도 현금거래는 피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자녀에게 3억원을 계좌로 보내면서 차용증을 작성해 놓고, 몇 년 뒤 자녀가 현금으로 원금을 갚는 방식보다는 원금과 이자를 계좌이체로 주고받아 금융거래 흔적을 남기는 것이 훨씬 명확하다.
필요하다면 차용증을 공증하는 방법도 있다. 공증 자체가 해당 거래를 세법상 무조건 대여로 인정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한 요건을 갖춘 공정증서를 작성하면 채무자가 변제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과 관련한 법적 효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세금 문제뿐 아니라 채권 회수라는 민사적 측면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가족 간 금전거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가족끼리인데 설마 문제가 되겠느냐'는 생각이다. 오히려 가족 간 거래일수록 계약과 금융거래 기록을 꼼꼼하게 남겨야 한다. 특히 주택 구입 처럼 거래금액이 큰 경우에는 자금조달 과정에서 금융기관이나 과세당국이 자금 출처와 거래 실질을 확인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가족이나 지인에게 목돈을 빌려줄 때의 원칙은 간단하다. 차용증을 작성하고, 적정한 이자를 약정하고, 실제로 이자를 지급받고, 원금을 계획대로 상환받는 것이다. 여기에 계좌이체 내역과 문자·메신저 등 거래 관련 자료까지 보관하면 분쟁과 세금 문제에 대비할 수 있다.
금전거래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구두 약속으로 끝내기 쉽다. 하지만 세법과 금융거래에서는 관계보다 거래의 실질과 객관적인 증빙이 중요하다. 가족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과 증여하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거래인 만큼 처음부터 계약과 증빙을 갖추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절세이자 분쟁 예방책이다. [시사캐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