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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포커스] 퇴직했는데 다시 출근한다? 제조업이 베테랑 붙잡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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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포커스] 퇴직했는데 다시 출근한다? 제조업이 베테랑 붙잡는 이유
  • 이아름 기자
  • 승인 2026.10.09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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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제조업 현장에서
제조업 현장에서 정년을 앞둔 숙련공을 붙잡거나 이미 회사를 떠난 베테랑을 다시 불러들이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정년퇴직이 곧 회사와의 작별을 뜻하던 공식이 깨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 현장에선 정년을 앞둔 숙련공을 붙잡거나 이미 회사를 떠난 베테랑을 다시 불러들이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사람은 새로 뽑을 수 있어도 수십 년간 현장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까지 단기간에 채울 수는 없어서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변화는 이미 뚜렷하다. 먼저 정년제도의 현실부터 따져보자. 정년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은 전체의 21.8%다. 전체 사업체 178만 9000개 가운데 약 38만 9000곳이 정년제를 운영하고 있다. 숫자만 보면 정년제가 아직 노동시장 전반에 보편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업체 규모를 나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1~4인 사업장의 정년제 도입률은 12.1%에 그치지만 300인 이상 사업장은 95.3%에 달한다. 규모가 커질수록 정년제도가 사실상 표준적인 인사제도로 자리 잡아 있는 셈이다. 정년과 재고용 논의가 주로 대기업과 제조업 현장에서 먼저 불붙는 배경이기도 하다.

재고용 제도를 도입한 사업장 비중은 2020년 24.1%에서 2024년 40.6%로 높아졌다. 4년 만에 16.5%포인트 뛰었다. 300인 이상 대기업만 놓고 보면 59.2%에 달한다.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정년을 맞은 직원을 다시 고용할 수 있는 구조를 이미 갖춘 셈이다.

이런 흐름은 제조업에서 특히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업종별 재고용 제도 도입률은 제조업이 58.7%로 가장 높았다. IT는 39.9%, 금융·보험은 22.2%였다. 생산현장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숫자다.

숫자로 보는 재고용 현장. [그래프 제작=챗 GPT]
숫자로 보는 재고용 현장. [그래프 제작=챗 GPT]

제조업은 설비를 다루는 법부터 공정별 이상 징후를 읽는 감각, 불량 원인을 찾아내는 경험까지 현장에서 체득해야 하는 기술이 많다. 매뉴얼이나 교육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대체하기 어렵다. 

특히 공정이 복잡하거나 숙련 의존도가 높은 생산라인에서는 한 명의 베테랑이 빠지는 순간 생산성과 품질 관리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정년을 맞았다는 이유만으로 숙련자를 한꺼번에 내보내기 어려운 배경이다.

다만 재고용이 곧 ‘정년 이후 모두 계속 일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은 필요한 사람을 골라 다시 쓰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6년 6월 500개 기업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자. 재고용 기업의 80.4%는 “퇴직자 가운데 필요한 인력만 선별해 고용한다”고 답했다. 대상자를 고르는 기준 1순위는 ‘업무 수행 능력과 성과’로 59.5%였다. 뒤를 이은 기준이 기술·노하우의 희소성과 전수 필요성으로 44.8%였다.

기업이 원하는 건 ‘고령인력’ 자체가 아니라 대체하기 어려운 기술을 가진 인력인 셈이다. 퇴직을 앞뒀더라도 생산현장에서 바로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거나 후배에게 노하우를 넘겨줘야 할 사람이면 다시 계약서를 쓸 수 있는 구조다.

계약 형태에서도 이런 흐름이 잘 드러난다. 재고용 기업의 85.7%는 1년 단위 계약을 활용했다. 정년을 일괄적으로 늘리는 대신 필요한 인력을 필요한 기간만큼 다시 쓰는 방식이다. 기업으로서는 인건비 부담을 조절하면서 숙련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퇴직자는 경력을 이어갈 수 있다.

임금은 재협상 대상이 된다. [사진=픽사베이]

임금은 재협상 대상이 된다. 재고용 과정에서 임금을 낮춘 기업은 34.2%였고 평균 삭감률은 20.6%였다. 다만 59%는 퇴직 전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했다. 숙련도가 높고 대체가 어려운 인력이라면 정년 이후에도 기존 몸값을 상당 부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기업들이 법정 정년 연장보다 재고용을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총이 2025년 8월 1136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고령인력 활용 방안으로 재고용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61%였다. 정년 연장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32.7%에 그쳤다.

기업들은 일률적인 정년 연장이 인건비와 인력운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정년 연장이 법제화될 경우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을 검토하겠다는 기업이 52.4%에 달했다. 청년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기업 측이 정년 연장보다 선택적 재고용을 선호하는 주요 논리다.

반대로 노동계에선 이런 방식이 고용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임금 삭감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1년 단위 계약이 일반적이고 기업이 재고용 대상을 선별한다는 점에서 정년 연장과는 고용의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조업 현장에서는 숙련인력의 은퇴와 기술 전수 문제가 이미 현실적인 인력 과제가 됐다.

재계 관계자는 “고령화로 퇴직자는 늘어나는데 생산현장의 경험을 곧바로 대체할 인력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재고용 확대는 정년 논쟁과 별개로 기업들이 이런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하고 있는 실무적인 인력 전략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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