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송현아 기자) 최근 금융위원회(위원장 이억원, 이하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 초장기기술투자펀드 운용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초장기기술투자펀드는 차세대 반도체, 첨단 바이오 등 장기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에 최대 16년간 투자하는 펀드이다. 국민성장펀드 간접투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매년 선정할 계획이다. 자금 모집 및 펀드 결성을 거쳐 이르면 연말부터 투자를 개시할 예정이고 결성 목표는 올해 8,800억원 규모이다.
딥테크산업 육성 위한 초장기 정책 펀드...민간자본 부담 낮추기 위한 목적 있어
금융위는 지난 8월 국민성장펀드의 대표적 간접투자 방식 중 하나로 초장기기술투자펀드 운용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초장기기술투자펀드는 국민성장펀드의 상용화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첨단기술·원천기술 기업에 인내자본을 공급하기 위한 간접투자 프로그램이다. 자금운용의 시간을 기술개발의 시간과 맞추어 초기 R&D 단계부터 대규모 스케일업 및 상용화 단계까지 끊김없이 자금을 지원하여 기업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때까지 인내하는 자본을 공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초장기기술투자펀드는 장기 인내자본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3/4 이상인 6,800억원을 첨단전략산업기금(6천억원)과 재정(8백억원)을 통해 조성된다. 불확실성이 높은 장기투자의 특성상 운용사의 민간자본 모집·결성부담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다.
초장기기술투자펀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핵심기술 개발”이라는 중요한 정책 취지가 있고 처음으로 시도하는 초장기 정책 펀드인 만큼, 산업은행 등 관련 기관이 효과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여 장기적 정책 목표 달성에 매진해 나갈 계획이다.
미국 딥테크 산업 중·후기 투자 비중 높아
지난 달 자본시장연구원은 ‘혁신과 성장을 견인하는 자본시장-생산적금융 전환 과제’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컨퍼런스에서 김진영 연구위원은 '한미 벤처투자 구조 비교-전략산업 중심으로' 발제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벤처투자 차이점을 발표하고 정책적인 시사점을 제시했다.
최근 기술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을 배경으로 각국은 전략산업에 대한 정책 금융과 벤처투자를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딥테크산업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양산 CAPEX형, 미래 에너지, 첨단 바이오, 공공 및 우주방산, 첨단 컴퓨팅 등이 있다. 정책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딥테크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분석에 대한 체계적인 실증 분석은 부재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스타트업과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 성숙 곡선, 규제 환경, 시장 형성 양상을 보이므로 일반적인 벤처투자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소비자 스타트업은 대중 소비자를 대상으로 재화를 제고하며 빠른 사용자 확보와 시장 확장이 핵심 성장동력이다.
딥테크 스타트업은 소비자 스타트업 대비 투자 기간이 길고 투자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높다. 긴 개발주기, 높은 기술개발 실패 위험, 막대한 자본 투입 필요 등으로 인해 죽음의 계곡을 경험할 수 있다. 기술개발 후 상용화 및 매출 창출 전까지 기간이 길어 추가자금이 필요한 반면, 사업불확실성으로 민간투자 유입은 제한된다.
한국의 스타트업 단계별 자금조달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의 벤처투자 구조를 벤치마크한다면 미국의 벤처투자 생태계는 초기 발굴부터 기업 육성, 그리고 회수까지 이어지는 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딥테크 중 중후기투자 비중이 소비자 스타트업 보다 높으며 후기로 갈수록 완만히 투자비중이 감소하는데 딥테크 스타트업의 특징이 잘 반영된 투자행태이다. 한국의 경우 딥테크와 소비자 스타트업 투자 모두 초기투자에 쏠린 구조이다.
한국의 스타트업은 중·후기 단계 자금조달 연계 취약
미국의 경우 특정단계에서 다음단계 투자를 받을 확률이 중·후기에서도 초기와 큰 차이가 없지만 한국의 스타트업 중·후기 단계의 자금조달 연계가 취약함을 시사한다.
한국의 경우 소비자 스타트업보다는 딥테크에서 후속투자 단절 현상이 심화된다. 미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각 산업별 후속투자 전환율이 일정하고 소비형보다 딥테크 후속투자 전환율이 높은 편이다. 한국의 경우 소비자 스타트업을 제외하고 후속투자 전환율이 낮으며 충분한 관측치가 부족한 구간이 존재한다.
후속투자의 중요한 요소인 신디케이션을 구성하는 데는 네트워킹 역량이 높은 허브 VC의 역할이 중요하다. 허브 VC는 투자자들을 연결해 후속투자 신디케이트를 구성하고 투자 참여와 조건 조율을 이끄는 중심 투자자이다.
한국의 허브 투자자는 미국에 비해 네트워크 파워가 작다. 허브 VC는 네트워크 파워 기준으로 국가별 상위 10%에 해당하는 VC이다. 한국의 허브 VC는 투자자 연결 범위와 중개 역할이 작다. 미국은 후기 투자 단계에서 대형 VC를 중심으로 공동투자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특징이 있는 반면 한국은 단계별 네트워크 고도화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신디케이션을 구성하는 데에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투자자들의 존재가 필요하다. 단일 성격의 자본만으로는 딥테크의 데스밸리를 극복할 수 없고 위험 선호도, 회수 기간, 사업적 목적이 다른 투자자들이 모여 대형 신디케이션을 구성한다.
양산 단계로 가면 수요 기업이 직접 대규모 라운드에 들어올 수 있어
미국 비전통 투자자의 투자자금은 대형 사업의 후기 딜에 집중되어 있다. 비전통 주자자는 전략적 투자자, PE계열, 크로스오버 투자자를 포괄한다. 공장 완공 및 양산 단계로 갈수록 수요 기업이 직접 대규모 라운드에 들어올 수 있다. 아울러 지분 희석을 방어하고 대규모 설비 투자를 감당하기 위해 정책자금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미래 에너지 발전·인프라 스타트업은 기술 검증 단계를 지나 상업화 단계에서 에너지 발전·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탱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자, 연기금, 크로스오버 투자자가 후속투자자로 참여한다. 정부보증대출기구 및 프로젝트 금융이 브리지 역할을 하고 전략적 투자자의 성격이 산업 파트너에서 수용 기업으로 전환된다.
방산 스타트업은 정부 보조금, 거래 계약, 정부 지원 VC 펀드와 같은 공공지원이 민간 자본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자금 조달 생태계를 형성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방산 및 안보 전문 VC가 앵커 투자자로 참여한다. 연구개발과 사업화 단계에서는 미 국방부의 보조금이 지속 공급되고 확보된 자본을 바탕으로 기술 내재화를 달성한다. 또는 OTA 계약을 통해 수개월 내에 파일럿 자금을 집행하고 정규 조달로 연결하는 시스템도 존재한다. OTA는 미 정부가 스타트업과 유연하게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성과에 따라 후속 구매계약으로 연계하는 제도이다. 후기 단계에서는 안보 특화 펀드, 기술 전문 편드 등 대형 VC와 크로스오버 운용사가 대규모 신디케이트를 구성한다.
딥테크 전략산업은 후기에 참여하는 VC 필요
김 연구위원은 “전략산업으로 구분되는 대부분은 장기 인내자본과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딥테크 특징을 보유한다. 죽음의 계곡을 넘길 수 있는 중후기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양한 자본을 결합할 허브 VC와 산업별 후기단계 투자 유인 높은 투자자 참여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은 산업 특성에 맞는 후기 투자자가 존재하고 후기 참여 VC의 네트워크가 강해 죽음의 계곡에서도 자본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형 기관, 자산운용사가 Pre IPO의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크로스오버 투자 활성화 및 정부의 보증, 저리 대출 등 투자형 지원은 양산형, 인프라형 기업 투자에 큰 도움이 된다.
김 연구위원은 “유동성과 장기투자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기관 투자자 인센티브 제고가 필요하다”며 유동성이 중요한 기관투자자들이 회수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세컨더리, 바이아웃, 준유동펀드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사캐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