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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㊹] 사랑꾼의 연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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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㊹] 사랑꾼의 연애담
  • Journey
  • 승인 2021.09.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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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Journey)

 

20대의 사랑은 그토록 싱그럽고 예쁘지만 내 삶에 대한 욕심과 불투명한 미래가 발목을 잡았고, 30대의 사랑은 거침없이 열정적이면서 나 자신은 꽃봉오리가 터지는 시절이었으나 잘못된 선택이 더 많았고, 40대의 사랑은 느리고 미지근하지만 보다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혜안이 생겼으며, 20대의 무조건적인 사랑이나 30대의 거침없는 사랑과는 달리 안전한 관계를 원하게 되었다.

모두의 사랑은 아름답고 모든 시절의 사랑은 각자의 의미가 있으나 무엇보다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형태로 얼마나 밀도 있게, 오랫동안 지속되는가가 성공적인 연애의 척도가 아닐까? 

20대에 뜨거운 사랑을 기억해내라고 한다면 없다고 말하겠다.

뜨겁게 사랑했다는 말이 부끄러운 까닭은 모든 것이 새로웠던 20대에는 연애와 관련된 모든 경험 또한 낯설고 어려웠기에 사랑했다 라기보다는 '열심히 좋아하려고 노력 했다' 라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

4년간 서로 열심히 좋아했던 한 청년은 프러포즈와 동시에 나의 거절로 인해 헤어진 뒤 5년 가까이 연애를 못하다가 30대가 되어 한 여자를 만나 서둘러 결혼에 골인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아이를 낳고 아주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누구나 부러워했던 비주얼 커플이었던 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찰떡궁합이라는 소리를 들었었지만 사실 20대의 우리는 한치 앞을 모르는 나이였기에 그의 입에서 결혼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나는 관계를 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내가 그의 프러포즈를 거절한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하는 20대인데 겨우 이정도의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나의 미래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모든 것이 좋았던 그가 막상 결혼하자고 하니 그 순간부터는 남자친구가 아닌 남편이자 내 아이의 아버지로 보이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현실이라는 벽 앞에 눈이 띄였던 것이다.

아직 어려서 직업이 명확한 노선을 잡지 못했었고, 성격이 좋아서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실없이 사는 모습도 싫었던 것 같다. 이런 사람에게 한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라는 의문과 의심 속에 나는 그를 열심히 좋아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좋아했던 그 사람을 지금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가 만약 지금 나에게 청혼한다면? 대답은 역시 ‘NO’이다. 역사에 가정이 없듯이 그와의 관계 역시 가정 없이 순순한 20대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맞다.

30대 초반, 가히 여자에게 있어 30대에 접어드는 시기는 여자로서 인생 최고의 시절이라고 단언하겠다.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적당히 세상을 알면서 넘치는 자신감에 두려울 것 없는 나이다. 

영글은 꽃봉오리가 오랜 인고 끝에 드디어 수줍게 터지는 순간이 바로 30대였다.

어디를 가도 남자들이 따르는 시기. 20대 남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연상녀로, 30대의 남자들에게는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는 커리어 우먼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40대의 남자들에게는 성공한 그들의 삶에 끼워 넣기에 아주 좋은 구색이었을테고, 50대의 남자들에게는 한번쯤은 건드려보고 싶은 꽃봉오리였다.

가끔 60대의 남자들까지 탐욕어린 눈빛으로 탐했으나 함부로 건드리기엔 자신이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게 만들지도 모르는 예쁜 칼이었고 세상에 두려울 것 없는 그녀는 호락호락하지도 않았다.

수많은 남자들의 대시, 특별히 거부하지 않는 유연성 속에 겪었던 30대의 연애담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런 까닭에서인지 오히려 진실된 사랑에 대한 경험보다는 재미있는 연애, 멋스러운 연애에 심취해 잘못된 선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능력이 좋은 남자는 성격이 모났고, 성격이 좋은 남자는 능력이 없었다. 잘생긴 놈은 여자가 많고, 못생긴 놈은 못난 짓만 했다. 지적인 남자들은 보수적이면서 건방졌고, 예술적인 사람들은 성격이 지랄 같아서 피곤하기 그지없었다.

겉은 멀쩡하게 포장했으나 알고 보니 과거를 숨기거나 허언증에 걸린 놈도 있었다.

그 찾기도 어렵다는 멸종위기의 '평범한 남자'들은 말 그대로 평범한 직장, 평범한 외모, 평범한 성격, 평범한 조건이었지만 매력이 하나도 없었고 차라리 혼자 있는 게 나을 정도였다.

40대가 되었다. 일단 스스로 40대라는 것을 내 자신이 인식하는데 꽤 오래 걸렸다. 어쩌면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제 어디 나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듣는 소리가 뻔하다.

"생각보다 나이 많으시네요"
"여자로서의 나이는 40대 초반까지야, 45세 넘으면 끝이야"
"능력 있으신가보다 여태 혼자신걸 보니"

내 인생에 네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자 나이를 네가 왜 끝장 내냐고, 돈 보태줄 꺼 아니면 닥치라고 말하고 싶은 수많은 순간들을 견뎌내는 인내심이 거의 부처님 수준이고 여자로서가 아닌 사람으로서 그들과의 대화는 이어진다.

어쩌면 여자로써 매력이 철철 넘쳐 한껏 끼 부리는 게 먹히던 20대와 30대를 지나 수많은 시간동안 갈고 닦은 지성과 성숙미로 사뿐히 그들을 즈려밟는 재미를 즐기는 괴팍한 40대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이와 관계없이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타나는 나 스스로의 긍정적인 변화이다.

이 사람과 잘 될 수 있다는 믿음,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점점 강해짐과 함께, 성공적인 연애라 감히 칭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케이스는 누군가를 만남으로 인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이다.

이토록 좋은 사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게 나를 사랑해 달라고 엉기느니 차라리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그가 나를 떠나지 않게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생긴 40대는 진정 현자가 아닌가?

장자는 40대를 불혹의 나이라 했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며 매우 강한 인간의 모습을 강조했으나 싱글의 40대에게 현실은 가장 유혹이 많은 시기이다.

허나 40대의 사랑은 불나방같이 스쳐지나가거나 다다익선의 마음으로 누군가를 골라 만나는 모양새는 아니다.  

비록 평생 결실 없는 비루한 연애를 했을지언정, 사람 보는 혜안은 조금씩 탑을 쌓아 굳건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 가장 좋은 하나, 가장 필요한 하나, 모든 걸 걸어볼만한 하나를 찾는 매우 신중한 시간이다.

나는 아직도 믿고 있다. 79억 인구 중 단 한명의 완전한 내 사람이 어디선가 나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나이를 먹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결국 사랑에 대한 갈망이다.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랑꾼으로 사는 것, 

지금 40대의 내 평생 가장 아름다운 나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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