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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이준영 교수 "코로나 시대 소비 패턴… 개인화·파편화 속도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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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이준영 교수 "코로나 시대 소비 패턴… 개인화·파편화 속도 빨라졌다”
  • 권현경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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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넥스트 노멀시대 소비트렌드7 저자, 이준영 교수

(시사캐스트, SISACAST= 권현경 칼럼니스트)

지난달 2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이준영 교수를 만나 코로나19 시대의 소비 패턴의 변화와 1인 가구의 소비 트렌드 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준영 교수
지난달 2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이준영 교수를 만나 코로나19 시대의 소비 패턴의 변화와 1인 가구의 소비 트렌드 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준영 교수

“코로나19 확산은 무엇보다 면역력에 대한 관심을 크게 불러 일으켰다.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는 ‘셀프 메디케이션(Self Medication)’ 트렌드가 더욱 확산되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과거에는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주로 중장년층에 집중되었지만, 코로나19 이후 2030 청년 세대 또한 건강관리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잡코리아가 코로나19 확산 후 20~40대 직장인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2.7퍼센트의 응답자가 ‘코로나 이후 건강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 31쪽)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 넥스트 노멀시대 소비트렌드7 (21세기북스·2020년) 책의 일부다. 저자 이준영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10년간 베스트셀러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로 활동하며 한국 사회의 트렌드 변화를 분석해왔다. 변화의 복선이 되는 사회현상을 발견해 다음 해의 트렌드를 예측했던 지난 10년과는 달리, 2020년은 모든 가치관과 기준이 무너진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새로운 특징들이 표준이 되는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시대가 도래했다. 지속되는 팬데믹 상황에서 일상의 모습은 달라지고 개인의 소비 패턴은 이전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새로운 가치관이 드러나게 될 코로나 시대의 소비 지형은 어떻게 변화할까. 

지난달 2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이준영 교수를 만나 코로나19 시대의 소비 패턴의 변화와 1인 가구의 소비 트렌드 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교수는 “우리가 소비 트렌드를 안다는 것은 소비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 사회와 문화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렌드는 변화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기본적인 인간 본성과 원리, 큰 맥락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코로나19 이후…“소비 패턴은 개인화되고 파편화됐다”

이준영 교수는 "코로나 19 이후 온라인 배송이나 비대면 서비스 일상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50대~70대의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이준영 교수는 "코로나 19 이후 온라인 배송이나 비대면 서비스 일상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50대~70대의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후로 개인의 소비 패턴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개인의 소비 패턴은 지극히 개인화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사람들과의 접촉이 줄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앞서 출판한 「1코노미, 1인 가구가 만드는 비즈니스 트렌드」(21세기북스·2017년)에도 언급했지만 개인화되는 트렌드가 확장되고 있어요. 점점 파편화 경향이 강화·심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 패턴에서도 온라인 배송이나 비대면 서비스 일상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사회적 교제가 많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요. 요즘 트렌드는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 당신의 트렌드를 내가 모르는 것’이 트렌드라고 해요. 트렌드의 미세화가 확대돼 나타나는 것입니다. 개인 취향 중심의 소비 시장으로 바뀌고요, 사람들의 취미도 훨씬 세분화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요가를 하더라도 핫요가, 선셋요가, 플라잉 요가 등 극세분화되는 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소비 패턴이 개인화된다고 하셨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유행에 민감합니다. 흑당 버블티, 마라탕, 예전에 허니버터칩 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약화 돼 가고 있어요. 개인화 경향이 예전보다는 강해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 코로나19 이후 1인 가구 소비 변화…“방향성보다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져”

이준영 교수는 "요즘 트렌드는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 당신의 트렌드를 내가 모르는 것’"이라면서 "개인 취향 중심의 소비 시장으로 바뀌고 있고 소비도 취향에 따라 세분화돼 나타난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이준영 교수는 "요즘 트렌드는 ‘나의 트렌드를 당신이 모르는 것, 당신의 트렌드를 내가 모르는 것’"이라면서 "개인 취향 중심의 소비 시장으로 바뀌고 있고 소비도 취향에 따라 세분화돼 나타난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1인 가구의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있을까요?

“코로나19가 트렌드를 바꾼 건, 변화의 방향성보다는 변화의 속도입니다. 연속 선상의 변화가 많아졌어요. 집콕트렌드가 강화되고 1코노미화 됐죠. 1인 가구 소비는 온라인 소비가 많고 나홀로족 생활이 강해진 경향이 있습니다. 1인 가구 나홀로족의 혼밥, 혼행, 혼영 등 이런 것만 얘기했었는데 코로나19로 혼 시리즈는 더 다양해졌어요. 비대면 쇼핑 연령대가 50~70대까지 과거보다 높아진 것도 달라진 점입니다. 2인 이상 가구는 자녀가 있는 가구라면 가족 중심 지출이 많아졌어요. 위기 상황에서 가족을 향한 마음이 강해진 것입니다.” 

-1인 가구의 소비 트렌드와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변화한 소비 트렌드가 많은 부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상당히 겹칩니다. 주목할 부분은 1인 가구 사회가 온다는 건 인구학적 흐름입니다. 각각 개인이 고립화되면 안 돼요. 부드럽게 연결돼야 합니다. 단절되고, 고립되고, 외로움으로 고통받고, 제대로 서비스를 못 받는 저소득층 1인 가구와 1인 가구 고령자분들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연결성이 강화돼야 해요. 과거에는 강한 연대를 이야기했는데요, 사람을 통한 오프라인, 정책, 서비스 등 연결이 돼야 심리적 고립감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파편화된 사회가 아닌 1인 가구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대안 공동체도 다각도에서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10년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공저자로 활동하며 한국 사회의 트렌드 변화를 분석해오셨는데요, 코로나19 상황에서는 트렌드 분석은 어떤 점이 달랐을까요? 

“심리적으로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뒤덮었던 것 같아요. 내년이 어떻게 될까? 전반적인 전망에 대해선 관심도가 떨어지고 지금 이 위기를 어떻게 타계할까?,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될까? 그런 부분이 강했어요. 올해는 사태가 워낙 심각해서 (트렌드 코리아, 책 출간을) 하지 말까 하기도 했었어요. 위드 코로나 시대 트렌드 변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대해 기대의 관심이 커지는 것 같아 이 부분을 반영해 출간하게 됐습니다.”

-이번 출간한 「코로나가 시장을 바꾼다」와 「트렌드 코리아 2022」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트렌드 코리아」는 백과사전, 종합선물세트 느낌입니다. 일반적 기업 마케팅하시는 분에게는 카피로 쓸 수 있어 유용하지만 한 주제에 대해 심도 있게 파악하기에는 지면상의 한계가 있어요. 좀 더 깊이 파헤쳐보고 싶다, 분석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중요한 주제나 핵심적인 테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해 마련했습니다. 「1코노미」도 그랬고요, 코로나19는 시의성 면에서 출간한 것입니다. 올드한 표현이긴 하지만 총론과 각론의 차이인 것 같아요(웃음).”

◇ “젊은 세대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환경적 측면 강화”

이준영 교수는
이준영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소비 패턴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이준영 교수

-이번 책에서 팬데믹 이후 소비 트렌드를 일곱 개 키워드로 정리해주셨습니다. 말 그대로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 시대의 소비자는 무엇에 돈을 쓰고, 어떤 가치에 투자할까요?

“건강에 관심이 가장 큽니다. 아무도 내 건강을 책임져 줄 수 없으니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는 거죠. 고령자는 당연히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젊은 Z세대가 이른 나이부터 건강을 챙기는 게 나타나고 있어요.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매출을 통해서도 알 수 있고요, 무신사에서 건기식 분야까지 진출했어요.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건강관리가 젊은 연령까지 확대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또 어떤 게 있을까요?

“코로나19가 끝나갈 무렵에는 멘탈관리가 필요합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중요하죠. 요즘 점성술, 운세, 타로 이런 데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불안 심리 때문일 텐데요, 과거에 스페인 독감 이후 기분 전환에 대한 갈망이 컸어요. 억눌려 있던 데 대한 반작용이죠. 리바운드 심리가 커집니다. 소비 심리가 폭발할 수 있어요. 또,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반성이 있었어요. 자연환경 파괴, 코로나19 발생, 위기 상황에서 결국 연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접어듭니다. 개인화와는 반대될 수 있는데 사회적 가치, 진정성, 이런 것에 대한 시도가 강해져요. 예전엔 좋은 거다, 바람직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가 될 수 있어요. 기업의 명운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죠. 자본주의 형태도 이해관계자들이 같이 상생 협력할 수 있는 이해자본주의가 중요해지는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ESG 경영도 나온 것이고, 생태계 자본주의라는 말도 나왔어요. 환경적 측면이 강화됩니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멈춰 있지만, 다시 일상을 회복하면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이미 바이러스는 퍼질 때로 퍼졌고, 백신의 효과도 완벽하지 않고 치료제가 나오면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지만 과거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죠. 완전히 돌아가는 건 어렵지 않을까요? 정반합적인 조정이라고 하는데 큰 흐름의 트렌드가 있으면 반대의 경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디지털 대 아날로그, 빨리 빨리에서 느린 삶, 채우는 삶에서 비우는 삶 등으로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대 경향의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어요. 젊은 세대는 트렌드를 바꾸는 힘이 있어서 정반합적 조정이 이루어집니다. 골디락스(goldilocks) 가설을 많이 이야기하죠.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를 지향합니다. 사람의 인식, 행동습관도 관성처럼 작용해요. 과거의 관성도 있지만 새롭게 바뀐 관성도 있죠. 문화충격 이론을 바탕으로 보면 사람의 행태가 바뀌는 데 몇 년이 걸려요. 사람의 형태가 바뀌고 문화충격으로 오지만 결국 궁극적 변화되거든요. 조정 국면이 오지 않을까요?”

◇ “2008년은 과거이지만 기본적 메커니즘을 차용한 것”

-책에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불황 이후 모습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를 적용해 예측하셨는데요, 10년이 훌쩍 지난 상황인데 2008년을 기준으로 예측해도 될까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리포트, 포스트 리세션 소비자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반영한 것입니다. 소비가 경직되고 위축되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사람의 심리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그걸 참고한 거죠. 거기에 코로나19 맥락을 더한 겁니다. 불황기에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에서는 안전한 브랜드나 1등 브랜드를 찾는 경향이 커요. 바람직하지 않거나 믿음이 안 가면 바로 교체하죠. 또 2008년과 똑같이 스몰플랙스 소비 현상이 나요. 지갑이 얇아지니까 마트가서 싼 것을 찾지만 내게 만족감을 주는 건 작은 것이라도 비싼 걸 사는 거죠. 립스틱, 피규어나 프라모델 같은 걸 사는 겁니다. 군더더기 빼고 핵심니즈만 공략하는 특징도 있어요. 부가서비스보다 품질, 안전성을 따져 구매한다든지요. 불황이나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므로 프로세스가 단순화되죠.” 

-불황기 소비는 결국 심리가 지배하는 것이네요?

“소비자 심리의 변화, 거기에 적응하는 행동의 변화에서 만들어 내는 트렌드 변화가 소비자의 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시대정신이 반영되는 거죠. 2008년은 시간상으로 과거이지만 기본적 메커니즘을 차용한 겁니다. ‘트렌트다운데이팅’이라고 현재 상황과 유사한 상황을 비교하는 것이죠. 트렌드도 역사 관점에서 볼 수 있어요.”

-국내에서는 최근 젠더갈등, 세대별 갈등 등이 부각되고 있는데요, 소비 트렌드에서도 이러한 갈등 양상이 나타나기도 하나요?

“소비에서는 갈등 양상이 강하게 나타나진 않아요. 40대, X세대도 소비할 때 젊게 소비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소비자 사회화’라고 해서 부모 세대의 소비하던 브랜드를 자녀 세대가 물려받았는데요, 요즘은 반대로 자녀가 추천한 브랜드를 부모가 사용합니다. 브랜드업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요. 나이 든 세대가 점점 젊게 살고자 하는 트렌드가 강합니다. 오히려 극단적인 양상 속에서 서로 간의 트렌드 정보 확산과 교류는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젠더프리, 유니섹스 같은 게 강해지고 있고요, 소비영역에서는 금기를 깨는 것,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깨는 게 선호됩니다. 성 역할에 대한 전형적인 기대를 과감하게 깨뜨리는 것들이요. 요리하는 남자, 살림하는 남자 등이 그것이죠. 대립적인 모습도 계속 존재하지만 트렌드에서는 오히려 믹싱 현상이 나타납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위기를 겪게 됐을 때 위기 상황의 본질을 조금 더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위험이나 위기를 극복할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시장의 불황이든, 전염병의 위기 사태든 사태 본질을 파악하는 데 있어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책을 쓰면서 원리, 소비 심리, 근원적인 본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찰력 등을 드렸으면 하고요,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위기를 극복하는 인사이트(통찰)를 드리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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