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0 13:25 (수)
[Journey의 싱글라이프-㊾] 과거로의 여행, 조선판 성 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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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㊾] 과거로의 여행, 조선판 성 추문
  • Journey
  • 승인 2021.12.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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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Journey)

 

필자는 나와 요즘 사람들의 연애에 대해 종종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이야기, 찝찝한 이야기, 불편한 진실들에 대해서 말이다.

특히 싱글들의 화려한 연애가 중심이 되었을 때 더욱 빛나는 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이 자유로운 시대가 아닌 과거, 조선시대의 연애는 어땠을까?

간혹 tv드라마 사극을 통해 쫄깃하고 수줍은 그들의 연애를 간접경험하며 오히려 한없는 자유로움 속 연애보다 더 은밀하게 설레는 기분을 느끼곤 한다. 아마도 잘생긴 꽃 미남의 남자 주인공이 나의 마음을 흔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삼경의 창밖에 가는 비 내리는데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알리라
뜨거운 정 아쉬운데 날이 새려 하니
나삼 자락 붙잡고 훗날의 약속을 물어보네

 
<조선 중기의 문신, 김명원의 시>

조선시대에는 남녀간에 엄격하게 내외를 했어야 했고, 남녀가 유별하다며 그리도 선을 그어댔거늘 연인에 대한 뜨거운 마음과 그리움은 억압 속에서 더욱더 커졌으리라.

실제 조선시대에는 유교적 사상, 성리학이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으며 연애, 사랑, 여색에 대해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과거 위인으로 남은 위대한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 속에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나 화려한 연애담을 듣는 일은 거의 없다. 대신 나라를 지키고 무언가를 발명하거나 정렴했다는 등의 영웅적 이야기가 먼저 생각나는 이유 또한 그 때문이다.

그러나 야사나 실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예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오늘은 필자가 한때 사극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빠져들었던 실제 우리보다 먼저 살다 간 한 여인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조선판 성 추문의 중심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하고싶은 말을 하고, 또 그렇게 세상에 복수해야만 했던 이야기...

아마도 최근 자신 또는 지인들에게 있었던 각종 성 추문이나 불륜 소식, 이혼 소식 등에 지쳐있다면,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때는 세종, 태평성대를 이루던 그 시절 성 추문의 중심에 선 한 여인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유감동이다. 유감동은 명문 사대부 출신의 규수로 유부녀의 몸으로 겁탈을 당한다. 그러나 감동은 자신을 겁탈한 김여달이라는 자와 지속적인 불륜관계를 유지한다. 어차피 발각되면 죽을 목숨, 무서울 것이 없다는 생각에 세상의 모든 남자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녀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자유롭게 연애하기 시작한다.

사대부가의 여인이 자신을 겁탈한 남자와 계속 내통하면서 불륜관계를 유지하다니, 그리고 또 그가 자리를 비우면 다른 남자들을 불러들여 내통을 하다니, 그녀는 지금 시대에서도 사회가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을 펼친 것이다. 

어느덧 그녀는 신분을 가리지 않고 천민부터 조정의 최고위직인 영의정까지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취했다. 그녀는 자신을 때로는 창기라고도 하고 때로는 과부라고도 했다. 

그리고 여러해 동안 숱한 염문을 뿌리며 스캔들의 중심이 된 그녀의 이야기는 결국 세종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세종의 지시로 사헌부의 조사가 시작되었고 유감동 뿐만 아니라 그녀와 간음을 한 고위직 관리직들은 모두 잡혀 들어가 곤장을 맞았다. 

유감동을 고문하면서 자백된 명단에만 수십명의 간부들의 이름이 드러났고 세종은 더 이상 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러다 모든 관료를 잃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일까? 지금도 누구나 아는 역사적 인물의 이름까지 명단에 있었다는 것을 보면 가히 심각한 수준임에 틀림이 없다. 

사실 유감동은 외간 사내에게 겁탈을 당했을 때 그 시대의 분위기상 절개를 잃었다는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다. 그 시대 대부분의 여인들이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뢰배에게 겁탈을 당한 것에 굴복하지 않았고, 목숨을 끊지 않았다.

여러가지 설로 들려오는 야사에 의하면 심지어 남편이 그 사실을 알고 그녀를 내쳤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내 상상속의 그녀는 아마도 복수를 꿈꾸었을 것이다. 내가 원치 않은 일로 인해 세상이 나를 버리고 남편도 부모도, 세상 사람 모두가 나를 부끄러워하고 내쳤다면 목숨을 끊지 않는 한 한숨도 자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자신을 버린 세상에 무엇이든 복수를 꿈꾸게 되었을 것이다. 감동은 결국 순리대로 자신도 벌을 받았고, 대신 자신을 이용하고 탐색한 남자들까지 모조리 싸잡아 심판대에 올렸다.
(한 때 시나리오를 위해 숱한 조사와 상상력을 총동원 했으니 오늘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조선판 연애소설이라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그녀가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가지고 수십 명의 남자들과 불륜을 저지르고 살았다는 것에 동조하고 슬퍼해주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쓰고 싶었던 동기는 조선시대 여인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보다가 선택권 없이 주어진 삶을 수동적으로 살아야 했던 수많은 '그녀들'의 설움이 아팠기 때문이다.

며칠 전 페미니즘에 대해 한 남성분과 짧은 토론을 했었는데, 결국 이야기의 핵심 단어는 '권리'였다.

페미니즘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던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며,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 권리와 주체성을 확장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이론 및 운동을 가리킨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도 말할 권리, 참여할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이 있듯이 유감동도 법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와 그로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었어야 했다. 

그렇지 못한 시대, 나보다 먼저 태어나 내가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먼저 겪다 간 그녀를 추모한다. 그리고 이름도 없이 목숨을 끊고 사라져야만 했던 수많은 그녀들을 추모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모든 권리를 함부로 쓰지 말자. 
역사 속에서 숱한 목숨들이 대신해서 이루어낸 귀한 '힘'임을 잊지 말자. [시사캐스트]

<참고. 이수광,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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