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7 19:15 (수)
[Journey의 싱글라이프-㊿] 크리스마스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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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㊿] 크리스마스의 악몽
  • Journey
  • 승인 2021.12.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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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Journey)

 

끈질기게 이어지는 바이러스 사태와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국가적인 문제, 다툼... 경제위기에 대한 두려움과 주가 폭락 등으로 마음이 싸늘한 연말이다.

이 모든 일들이 만약 인류가 신에게 잘못한 일이 너무나 많아서라면 차라리 종말 한방으로 인류가 멸종해버리는 것이 더 깔끔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신이 지쳤던 2021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시즌은 다가왔고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각자의 파티를 준비하느라 들뜬 모습을 SNS를 통해 구경할 수 있었다.

지인들의 SNS를 보다가 불교나 무교인 친구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유난히 거창하게 치르고 있길래 너무 재미있어서 그 중 한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너 불교라면서 무슨 크리스마스 파티를 그렇게 거창하게 하니? 집이 겨울왕국인줄"

지인의 답장이 왔다.

"모든 신은 평등하게 모시겠습니다"

앞으로 그 친구는 매년 석가탄신일에도 집을 화려하게 꾸미고 온갖 선물을 어디께에 쌓아놓고는 석가탄신일 디너를 하며 가족들, 지인들과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기로 약속했다.

종교와 관계없이 크리스마스는 가슴 뛰는 따뜻하고 화려한 날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신이 진화론자라고 주장하는 한 지인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신념 때문인지 SNS에는 굳이 크리스마스를 언급하지는 않으면서 대신 어디선가 터트리고 있는 크리스마스 폭죽놀이를 조용히 찍어 올렸다.

누구에게나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자신만의 방식과 설렘의 정도가 다르고 기쁜 날이 될 수도 아니면 부담스럽고 불편한 날이 될 수도 있다.

필자에게 크리스마스는 매년 징크스의 날이다. 액땜하는 날이라고나 할까?

언제가의 크리스마스에는 빙판길 고속도로 터널에서 사고를 냈고, 언젠가는 죽을 만큼 아파서 며칠 동안 사경을 헤맸었다. 

올해는 어땠냐고?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오전이었다.

연말에 몰려든 일을 정리하다가 오랜만에 아주 분노할 만한 일이 생겼다. 

열심히 바르게 일해 봤자 손해만 본다는 생각, 무언가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부당함에 대한 생각에 정신이 아찔하고 부들부들 온몸이 떨려왔다.

정신이 가다듬어지지 않아서 뭐라도 먹자는 마음으로 점심을 먹다가 그 자리에서 티켓을 예매하고는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 결정은 단 10분 만에 결정된 일이었는데 그저 배낭하나에 세면도구와 잠옷 한 세트만 챙기고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과연 이런 감정이 제주도에 간다고 풀어질까? 라는 반신반의한 생각이었지만 뭐라도 이 악몽에서 헤어 나올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리고 도착한 제주에서 지인 가족의 카라반 캠핑 파티에 초대받아 나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동안 내게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정확히 알게 되었다.

바로 '온기'였다. 

혼자서 여러 가지 일 들을 해내며 쉬는 날 없이 악착같이 살고 있는 내게는 온기가 없었다.

가족도 연인도 없는 그저 밖에서 멋진 언니, 동생, 누나인 멋진 싱글녀는 혼자만의 시간에 혼자를 안아주지도 못한 채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내 마음이 따뜻하게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살얼음판위를 걷듯 살고 있는 내 마음에 누군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내려하면 성난 이리처럼 물고뜯어주고 싶어 기다리고 있었던 내면의 자아가 작은 일 하나에도 쉽게 성내고 분노하게 만들었다.(수많은 싱글들의 똘끼는 이 온기없음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하의 날씨에 숯불에서 구워진 양갈비와 뜨끈하게 쪄진 굴찜, 내가 가지고 간 맛좋은 와인 한 병과 마지막을 장식한 매운 라면만으로 이 분노들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25일 아침...혼자서 바닷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갈치조림 한상을 푸짐하게 먹고는 역시 파도와 맞닿아 있는 바닷가 카페에서 2시간동안 멍을 때렸다.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이렇게 또 지나보내면 그만이지"

나는 이제 막 마음이 풀려가는 자신을 토닥이며 다시 공항을 향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나의 크리스마스 징크스는 올해도 어김없이 발생했다. 김포공항에서 신분확인을 하고나서는 신분증이 사라졌나보다.

보딩 시간은 가까워지고 신분증은 없고, 출입구 직원은 그냥 방법을 알려주면 될 것을 굳이 항공사로 가서 해결하라고 했다.(신분증이 없을 경우 정부24 앱을 켜서 로그인하는 과정을 보여주면 된다. 이 방법을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았던 그 분께 또다시 부들부들 분노를 하며 나는 제주도를 떠났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미 나는 녹초가 되었다. 이틀간 두 번의 분노와 치유를 거듭하며 너덜너덜해진 멘탈을 부여잡고 어서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만이 간절했다. 서울은 영하 14도 라는데 이런 된장...

이렇게 나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올해도 액땜이라는 이름과 함께 사라졌다.

이제 곧 새해다. 나는 한살을 더 먹고 세상은 이제 나를 '한살 더 먹은 중년'으로 부를 것이다.

대신 내년에는 크리스마스의 징크스나 악몽 대신 '크리스마스 선물'로 선수를 치기로 마음먹었다. 일 년을 또 열심히 산 나에게 스스로 산타가 되어 내 자신이 아주 행복할 만한 선물을 꾸러미 꾸러미로 선사하겠다고 말이다.

징크스가 있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생기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면서 해야 할 일도 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손해인가?

마치 사고가 날까봐 자동차를 타지 못한다거나 추락할까봐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것, 집이 무너질까봐 오래된 집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걱정도 팔자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언젠가 누군가가 내게 말해줬었는데 외국인들이 남산터널을 건너는 걸 꺼린다고 했다. 터널은 천장이 원형이어야 힘을 받으면서 지탱할 수 있는데 남산터널의 천장은 네모 형태이기 때문에 붕괴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한 지인은 자신이 배려심이 너무 강한 것이 단점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걱정이 너무 많고 때문에 결정 장애가 있다는 것을 늘 미안해한다. 나도 미안한데...나는 당신이 걱정이 많던지 무식하게 용감하던지 상관이 없다.

사람과의 관계란 내가 중심이 되는 것 이 라니라 함께 있을 때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크리스마스의 징크스를 내게서 영영 떠나보내며,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베푸는 이들과의 새해를 꿈꿔본다.

당신에게도 스스로 만든 행복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기를 바란다.

Happy New Year!

 

[시사캐스트]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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