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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 54회] 라스트 홀리데이(코로나 확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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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의 싱글라이프- 54회] 라스트 홀리데이(코로나 확진기)
  • Journey
  • 승인 2022.02.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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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칼럼니스트 Journey)

 

자다가 갑자기 마른기침을 2~3차례 콜록거렸다. 그리고 목이 살짝 무거워지는 느낌에 손끝이 저릿저릿하며 쑤셔왔다.

3년 전 느꼈던 몸살증상이구나 싶어 집에 있던 타이레놀을 한 알 먹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온 몸이 쑤시고 두통과 인후통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혹시...

움직이기 너무 힘들어서 하루를 집에서 앓다가 다음날 아침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한 결과 뚜렷한 두 줄이 눈앞에 보였다.

내가 코로나 확진이라니...내가..내가..내가....메아리가 쳤다.

사람 많은 곳과 공공장소를 피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는 사람들 역시 은근히 피해왔다. 식당도 룸이 있는 곳만 찾아서 다니고 회사에서는 마스크를 거의 벗지 않았다. 이런 시기에 커피숍을 돌아다니면서 수다 떠는 것을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점심시간엔 혼자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거나 굶어가며 3년 가까이 지켜온 건강인데 이제 와서 어디에서 감염되었는지도 모른채 코로나에 걸렸다.

"하루 10만명이 넘어가면 아마도 모든 사람이 걸리게 될꺼야" 라고 말하던 주위 사람들의 예측이 맞은걸까?

PCR 검사로 확진을 받고 자가격리 7일에 돌입했다.

나의 경우 다행히도 돌파 감염 시기에 만난 모든 이들의 PCR검사가 음성으로 나왔다. 나만 걸린 것이다.

최근 목디스크가 도졌었고 계속된 피로감을 스스로 나태함이라고 다그쳤던 나날이었다. 면역이 한참 약해진 틈새에 바이러스는 내 호흡기를 뚫고 폐에 내려앉았다. 

코로나 증상과 격리

코로나19 증상은 사람마다 다양한데 나의 경우 극심한 몸살이 4일, 경미한 감기기운이 2일이었다.

극심한 몸살을 겪은 다음날인 5일째부터 몸은 나아졌는데 후각과 미각을 잃어서 무엇을 먹는지도 몰랐다. 격리중이니 운동은 당연히 못하고 하루에 100걸음이나 걸을까? 앉아있기도 힘들어서 세끼를 잔뜩 먹고 먹자마자 약을 복용한 후 다시 낮잠을 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이 찌지 않는 것을 보고 몸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에너지가 이렇게 크구나라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도 잠을 자는 동안 기침이 나오고 목이 부어올라 숨쉬기가 힘든 것이 컨디션을 더욱 악화시켰다. 특히 낮잠을 자는 동안 열이 몇 번씩 오르면서 불편감에 깨어 움직이면 그나마 조금 나아지곤 했다.

음식은 새벽배송을 통해 주문해두고 넉넉히 준비해서 먹었고, 입맛은 없지만 계속 배가 고파서 다양한 방법으로 음식을 조리해서 먹었다.

한식은 해먹고 가끔 햄버거 같은 외부 음식이 먹고 싶거나 하면 배달음식을 이용했다.

빠른 완치방법 중 하나가 처방약과 함께 비타민을 메가 복용해서라도 계속 처방약의 텐션을 유지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야 후유증이 덜하다고 했는데 너무 늦게 알아버려서 3일째부터 먹기 시작했다. 이미 아플 대로 아픈 상태로...

차가운 음식은 피하고 따뜻한 물과 따뜻한 음식, 바나나처럼 PH가 알칼리성인 음식이 좋다고 했다. 기력이 없으니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보다는 간간히 고기 같은 단백질을 몸이 원하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밤 12시에 기름기 없는 치킨이 먹고 싶다거나 생전 안먹던 과일이 입맛을 당기고 식사후에는 어김없이 졸음이 쏟아졌다. 그러면 몸이 반응하는대로 자신을 맡긴채 낮잠을 자고 스스로 일어나고 싶어할 때까지 그냥 두었다. 휴대폰의 진동도 수면에 방해가 되므로 무음으로 해두고 가습기를 항상 터보로 틀고 온수매트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했다.

낮잠을 한바탕 자고 나면 얼굴과 목 부분에 유난히 열이 올라 다시 증상이 악화되는 듯 싶지만, 이렇게 땀을 흘리고 난 뒤 샤워를 하고 나면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코로나 확진으로 알게 된 것

일부러 알리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취소하면서 확진 사실을 알게 된 몇 지인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형식적인 회사 사람들의 전화치레라고 생각했는데 소중한 사람은 원래 가까이 있다고 했던가?

필요한 것 있으면 집 앞에 걸어두고 갈테니 말하라면서 얼마나 걱정을 해주는 지, 진단키트 필요하다니까 품절 때문에 지방에서 어렵게 구해온 진단키트 세개의 세트 중 두 세트를 집앞에 과일바구니와 함께 걸어두고 간 동료도 있었다. 진단키트는 이미 인터넷 판매가 금지되었고, 편의점, 약국도 모두 품절대란인 상태다. 내게 전해진 두 개의 진단키트를 전해준 지인이 챙긴 마지막 한 개의 키트는 자기 딸을 위한 키트였다. 

또 한 지인은 내가 몸이 안 좋았다는 걸 기억하고 계속 전화를 하더니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각종 비타민, 면역약, 과일바구니를 집 앞에 두고 갔다.

정작 허울 좋게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은 자기가 걸렸을까봐 증상만 물어보고 대답도 없거나, 아파서 격리된 나 대신 다른 지인으로 대체해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더라. 정작 본인들이 심심하거나 코로나 뉴스를 접할 때 잠깐 잠깐 생각이 나는지 의미없는 문자들로 말을 걸어왔다. 

그들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 자신이 얼마나 아둔하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왔는지에 대해 반성하고 또 새로운 마음을 먹게 되는 기회가 되었음에 감사하다.

매일 같이 간절히 바랬던 '질병과 사고로부터 지켜달라'는 나의 기도는 사람으로부터 내 인생을 지키는 방법을 아는 것으로 대체되어 응답되었다. 

코로나 확진이 주는 우울감

내가 확진으로 인해 겪는 우울감은 짧았지만 생각보다 강도가 셌다.

그간 열심히 살면서 몸이 상해 아팠던 수많은 나날을 곱씹으며 하고싶은 것,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고 살아온 내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이 감정은 다시 업무에 복귀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바뀌고 이런 감정은 병세를 악화시켰다.

그간 쓸데없는 인연들에 바보같이 실실거리며 살았고 정작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등한시했다. 떨어져 사는 가족에게 굳이 걱정을 끼칠 이유가 없으니 말도 못하고 지인들 역시 알 필요가 없으니 알릴 수 없다.

돌파감염이나 업무 관련해서 반드시 알려야 할 사람들에게만 알리고 혼자서 묵묵히 바이러스와의 사투를 벌여야 한다.

이런 와중에 뉴스에서는 격리 중이던 50대가 자택에서 숨져있었다는 기사도 뜨면서 내가 낮잠을 자다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는 비관적인 생각이 아픈 육신을 겨우 뉘여놓고있는 자신을 더욱 비루하게 만들었다.

이 우울감은 격리가 끝난 지금도 여전하지만 코로나와 용맹히 맞서고 있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이겨내야 할 마지막 난관일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삶은 행복할까?

'코로나 끝나면', '코로나 이후에는' 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고 또 많이 들었을 것이다.

나에게 코로나는 정말로 끝이 나 게 되었다. 슈퍼면역자로 이제 자동으로 방역패스가 되고 적어도 같은 바이러스에는 재감염될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적어졌다.

격리 7일째 나는 여전히 미각과 후각이 없지만, 이전 기억에 맛있었던 커피와 케익을 먹으면서 구글링을 했다.

보스톤과 뉴욕 여행, DC에 살고 있는 지인과의 여행, 햄튼의 와이너리 투어,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갈 날짜를 정하고 발리에서 살고 있는 인도 친구를 언제 만날까 달력을 뒤적거렸다. 더 이상 일상에 짓눌려 하고 싶은데 하지 못했던, 하지 않았던 나를 위한 계획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영화 ‘더 라스트 홀리데이’를 보면, 오진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주인공이 모든 재산을 털어 평소 꿈꾸던 호텔로 여행을 떠난다. 평생 입어보지 못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혼자서 미슐랭 레스토랑의 모든 메뉴를 시켜 먹는다. 그러다가 진정한 사랑도 만나고 그간 꿈꾸던 모든 것들을 이룬다. 나에게 코로나 확진은 라스트 홀리데이의 감정을 일으켜준 장본인이다.

코로나 확진과 격리를 마치며, 코로나19의 우울함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 나는 내가 희망하는 모든 것을 실행으로 옮긴다. 

부디 치유된 지구에서 다시 웃을 날이 오기를 바란다. [시사캐스트]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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