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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수확철 맞은 현대건설, 제2의 중동붐 이끌며 해외 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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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기업TALK] 수확철 맞은 현대건설, 제2의 중동붐 이끌며 해외 영토 확장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3.11.01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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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이현주 기자)

전래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 아기 돼지들은 각자 다른 재료로 집을 짓는다. 첫째는 밀짚으로, 둘째는 가시덤불로, 셋째는 벽돌로 집을 완성한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늑대의 습격에 첫째와 둘째의 집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탄탄한 벽돌로 만든 셋째의 집은 늑대의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가치, 철학, 사업 등 기업을 구성하는 재료들이 탄탄하면 어떤 악재가 와도 크게 동요되지 않는다.    

최근 국내 건설업계가 고물가·고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 원자재값 상승 등 연이은 악재 속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K-건설의 선봉장인 현대건설은 독야청청 실적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3분기 성적표가 잇따라 공개됐다. 건설사 대부분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현대건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하는 호실적을 달성하며 홀로 탄탄대로에 올랐다.  

현대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은 24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7% 늘었다. 매출액도 40.3% 늘어난 7조 6천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 연결 신규 수주는 25조 6693억 원으로, 연간 수주 목표인 29조 900억 원의 88.2%를 달성했다. 특히 해외 수주액은 12조 62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5% 증가했다.

현대건설 사옥.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 사옥. 사진=현대건설

 

중동신화의 맥(脈)을 잇다 

탄탄한 해외사업이 수많은 악재 속에서도 현대건설의 견고한 실적을 지켜주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975년 해군기지 해상공사로 사우디 건설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듬해에는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며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일으켰다. 당시 정주영 선대회장은 공사 수주를 위해 당초 입찰 예정가(약 12억 달러)보다 22% 감액한 9억 3천만 달러를 제시했으며, 공기를 6개월 앞당기겠다고 제안하며 쟁쟁한 유럽 경쟁자들을 제치고 사업을 따냈다.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본 정 선대회장의 결단력이 통한 셈이다. 현대건설은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해외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

이렇게 맺어진 사우디와의 인연은 어느덧 반세기를 바라보고 있다. 지나온 시간만큼 현대건설과 사우디와의 신뢰 관계는 두터워졌다. 사우디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현대건설은 올해도 굵직한 프로젝트를 무리없이 따내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사우디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인 '아미랄 프로젝트' 수주.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사우디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인 '아미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아람코가 발주한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 유전의 중심지인 담맘으로부터 북서쪽으로 70km 떨어진 주베일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부가가치 원료를 활용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와 최첨단 폴리에틸렌 생산설비, 부타디엔 추출설비, 기타 기반시설 등을 구축하는 공사가 진행된다.

프로젝트는 4개의 패키지로 나눠 발주됐으며, 현대건설은 패키지 1(에틸렌 생산시설)과 패키지 4(유틸리티 기반시설)의 공사를 수주했다. 패키지 1은 아미랄 프로젝트의 핵심인 MFC(Mixed Feed Cracker·혼합 크래커)를 건설하는 공사다. MFC 공장에서는 공정 부산물을 활용해 '화학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65만톤 생산할 수 있다. 패키지 4는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주요 인프라 외 기반설비, 탱크, 출하설비 등을 포함한 시설 공사다.

이번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있어 발주처인 아람코와의 깊은 신뢰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현대건설은 지난 1979년 ▲얀부 천연액화공장 해상 정박장 공사부터 ▲쿠라이스 가스처리시설(2009년 준공) ▲카란 가스처리시설(2012년 준공) ▲우쓰마니아 에탄회수처리시설(2019년 준공)에 이르기까지 아람코가 발주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현재는 ▲마잔 오일처리시설·가스처리공장 부대시설공사(2024년 준공 예정) ▲자푸라 유틸리티 및 부대시설 공사(2025년 준공 예정) ▲샤힌 프로젝트(2026년 준공 예정) 등을 진행하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아람코의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 나맷 프로그램을 통해 아람코의 건설 EPC부문 독점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아람코가 발주하는 석유화학 관련 신사업에 있어 수의계약 및 입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Vision 2030'의 핵심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길이 170km에 달하는 직선도시 '더 라인', 해상에 떠있는 물류단지 '옥사곤', 대규모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10억 달러(약 1조3500억 원) 규모의 '더 라인' 인프라 공사를 수주했으며, 현재 네옴 지하에 28km 길이의 철도를 놓기 위한 터널 공사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지난 7월에는 사우디 중부 전력청이 발주한 1억 4500만 달러(약 1850억 원) 규모의 '사우디 네옴-얀부 525kV 초고압 직류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사업은 사우디 서부 해안 전력 생산거점인 얀부 지역에서 네옴 신도시까지 605km 구간에 초고압 직류 송전선로를 깔아 전력망을 확충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송전선로 207km와 송전탑 450여 개를 신설하는 포션1 사업을 맡았다.

초고압 직류 송전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교류(AC) 전력을 고압 직류로 바꿔 목적지까지 송전하는 기술로, 교류 송전에 비해 원거리 송전에 따른 에너지 손실이 적고 주파수에 상관없이 교류 계통 간 호환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태양광,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송전에 유리해 차세대 송전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 프로젝트를 설계·구매·건설 등 전 사업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다. 앞서 사우디 전력청이 발주한 다수의 전력망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기술력은 이미 입증한 바, 이번 프로젝트 수주로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에 우위를 점한 셈이다. 

사진=현대건설
50년간 송전선로 프로젝트 33건을 완수.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지난 1967년 사우디에서 첫 송전선로 공사에 착수한 후 50년간 송전선로 프로젝트 33건을 완수했다. 하일-알주프 380kV 송전선로 등 현재 수행 중인 사업을 포함하면 현대건설이 사우디에 건설하는 전력망은 총 2만여km다.

1973년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 건설 공사 이후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 수행한 건설 공사 규모는 총 1600억 달러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의 수주 실적은 170여 건, 약 28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사우디 전체 수주 금액의 18%에 달하는 규모로, K건설의 중동 붐을 주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외에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카타르 루사일 프라자 타워, 쿠웨이트 슈와이크 항만 개보수 공사,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등 중동 지역에서 건축, 오일·가스 플랜트, 항만, 원자력발전소 사업들을 수행하며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신화는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중이다.

제2의 중동붐 이끌며 유럽 시장으로 영토를 넓히다

현대건설은 중동에 이어 유럽 시장으로도 발을 넓혀가고 있다. 건설시장 규모가 300조 원이 넘는 폴란드는 국내 건설사들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019년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북서쪽으로 460km 떨어진 폴리체 지역에 연 40만톤 규모 폴리프로필렌 생산 시설과 항만 등 부대 시설을 건설하는 것으로, 사업 규모는 약 1조4000억 원이다. 현대건설은 대형 화공플랜트 수주로 진입장벽이 높은 유럽 지역에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악조건 속에 프로젝트 진행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상황대처 능력과 남다른 추진력은 도리어 폴란드 정부와 발주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지 외교부에 협력을 요청하고, 코로나 방역을 지원하는 등 다방면으로 방법을 모색했다. 결과적으로 위기는 기회가 되어 현대엔지니어링과 폴란드 정부 및 발주처와의 단단한 파트너십이 형성됐다.    

폴란드 건설시장 진출의 물꼬가 트이면서 수주 소식이 이어졌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1년 폴란드 최대 규모의 국영정유기업 'PKN 올렌'으로부터 약 4조1000억 원 규모의 'PKN 올레핀 3공장 확장공사 프로젝트' EPC 사업을 수주했다. PKN 올레핀 확장공사는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북서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중부 마조프셰주 푸오츠크 지역 석유화학 단지에서 생산한 나프타를 분해해 연간 74만톤의 에틸렌 생산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사업은 내년 1분기 완공 예정으로, 2025년 초부터 시설이 가동된다.

아울러 지난 6월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진행된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에서 '현대엔지니어링-미국 USNC-그루파 아조티 폴리체 3자 간 MMR 사업협력 MOU'와 '현대엔지니어링-PGZ사 폴란드 건설사업 및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위한 상호 협력 MOU' 등 2건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은 폴란드에서 추가 수주를 확보해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주변 유럽 국가로의 진출 활로도 모색 중이다.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으로 진출 기회를 노린다. 지난 7월 우크라이나 키이우 보리스필 국제공항공사와 공항 확장공사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며 사업 수주를 위한 밑작업에 돌입했다. 협약에 따라 현대건설은 보리스필 국제공항의 정상화를 지원,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협력하며 향후 고속철도 및 국가기반시설로 협력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사진=현대건설
미국 원전기업 '홀텍 인터내셔널'과 한미 에너지 파트너십 체결. 사진=현대건설

아울러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된 가운데 에너지 인프라 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도 확장한다. 앞서 현대건설은 미국 원전기업 홀텍 인터내셔널과 한미 에너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건설과 홀텍은 '팀 홀텍'을 구성해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위한 SMR 건설 사업에도 참여한다.

팀 홀텍은 2029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SMR-160 파일럿 프로젝트의 전력망을 연결하고, 20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SMR-160은 160MW급 경수로형 원전으로 지역·환경적 제한없이 배치가 가능한 소형모듈원전이다.

SMR 시장이 2035년 63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SMR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홀텍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SMR 시장 내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미국 내 펠리세이드 원전 부지에 첫 SMR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SMR-160을 앞세워 SMR 시장에 진출,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모습이다. 탄소중립 및 에너지 안보에 있어 SMR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현대건설은 SMR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규모는 1200조 원으로 추산된다.  장기적인 사업으로 해외 수주 기회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단기적으로 인프라 시설을 수주하고, 장기적으로는 원전사업을 수주한다는 목표다.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 수주 텃밭에서 수확철을 맞아 곳간을 두둑이 채웠다. 그 결과,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이 발표한 '2023년 인터내셔널 건설사' 순위에서 세계 11위를 기록했다. 이는 해외매출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글로벌 TOP10 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 현대건설의 해외 매출이 매년 상승세를 보이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적 기대감이 실리고 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GTX-C 노선,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리모델링 등 대형 인프라 사업에 적극 참여하며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얼어붙은 건설업계에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농익은 기술력과 축적된 경험을 재료로 탄탄한 벽돌집이 완성됐다. 벽돌집 안에서는 위기가 기회가 되고, 기회는 또 다른 기회를 낳는다. 수많은 기회를 창출하며 한층 더 단단해진 현대건설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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