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14:21 (일)
“털어도 먼지 한 톨 안 나오던 기업인”… 유일한 박사 영면 53주기 추모식 거행 
상태바
“털어도 먼지 한 톨 안 나오던 기업인”… 유일한 박사 영면 53주기 추모식 거행 
  • 황최현주 기자
  • 승인 2024.03.11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일한 박사 53주년 추도식. 사진=유한양행
유일한 박사 53주년 추도식. 사진=유한양행

(시사캐스트, SISACAST=황최현주 기자) “털어도 먼지 한 톨 안 나오던 사람.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었나 싶었다”

1960년대 후반 당시 유한양행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착수했던 국세청 세무조사원이 실제 했던 발언이다. 대통령에게 정치자금을 건네야 하는 것은 국내 기업인들에게 있서는 ‘선택’이 아닌 ‘의무’였던 시절이었다. 

너도나도 정치자금을 건넸던 그 시기 유일하게 정치자금 납부를 거부했던 사람은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였다. 청렴정직을 내세우고 있던 그를 향해 정부는 유한양행의 세무조사라는 날을 세웠지만, 성과는 없었다. 국세청 공무원들은 그를 ‘먼지 한 톨 안 났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유이다. 

유한양행에 있어 유일한 박사는 단순히 회사를 창업한 창업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죽어서도 유한양행의 정신적 지주가 됐고, 말단직원부터 임직원까지 유일한 박사가 선사하는 자부심으로 무장돼 있다. 올해로 유일한 박사가 영면한 지 53년째로 접어들었다. 1971년 3월 11일 향년 76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유한양행은 유한재단, 유한학원과 함께 경기도 부천시 유한대학에 위치한 유일한 기념홀(윌로우 하우스)에서 유일한 박사 제53주기 추모식을 가졌다고 11일 밝혔다. 이날 추모식은 유족 및 조욱제 사장을 비롯한 유한양행, 유한재단, 유한학원, 유한 가족사 임직원과 재학생 등 500 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거행되었다.

추모식에 앞서 유한양행 임직원들은 유일한 박사의 묘소인 유한동산에서 묵념과 헌화를 하며 고인의 뜻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조욱제 사장은 추모사를 통해 “유일한 박사님께서는 살아계신 동안 당신의 것을 남에게주며 기쁨으로 여기시고 모든 것을 다 주시고 떠나시면서도 안타까워 하시던 세상의 빛과 소금과 같은 분이었다”는 말로 고인의 유덕을 추모했다. 조 사장은 “유한인 모두는 박사님의 이 고귀하고 값진 가르침을 바탕으로 2년 남은 유한 100년사를 창조하고 글로벌 50대 제약기업이라는 우리 목표와 Great&Global의 비전을 달성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유한양행과 유한재단·유한학원은 매년 유일한 박사의 기일에 추모행사를 갖고, 이를 통해 창업 당시부터 계승해 온 유일한 박사의 애국애족 정신과 숭고한 기업이념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 있다.

故유일한 박사는 한국 기업의 선구자로서 1926년 ‘건강한 국민만이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제약회사 유한양행을 창립하였다. 작고할 때까지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공익법인 유한재단을 설립하는 등 모범적인 기업활동과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정신을 몸소 실천한 기업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일한 박사는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는 일념으로 1936년 개인기업이던 유한양행을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우리나라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채택했다. 국내 주식시장 상장(1962년)을 통해 회계 투명성을 입증했고, 1969년에 경영권 상속을 포기하고 전문경영인체제를 정착시켰다.

영면 후 공개된 유언장을 통해 드러난 유 박사의 유지 역시 우리 사회에 큰 귀감이 됐다. 유언장에는 장남 유일선 씨에게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앞으로는 자립해서 살아가라”는 뜻을 전하고, 손녀인 유일링(당시 7세) 양의 학자금으로 1만 달러만을 남겼다. 

딸 유재라 씨에게는 유한중·공업고등학교 일대의 땅 5000평 등을 상속했는데 이 역시 ‘유한동산’으로 조성해 청년 학생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제외한 ‘소유주식을 비롯한 모든 재산은, 유한재단에 남겨 사회사업과 교육사업에 쓰도록 한다’고 유언을 남겨 전 재산 사회환원이라는 평소의 뜻을 완성했다.

딸인 故유재라 여사는 지난 1991년 세상을 떠나면서 본인이 갖고 있던 주식 등 200억 원대의 재산 모두를 사회에 기부하며, 2대에 걸친 전 재산 사회환원을 실천했다. [시사캐스트]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