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황최현주 기자) 1980년 이화여대 인근에서 ‘잉글랜드’라는 보세의류 매장이 있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 듯 영국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흔한 옷가게 중 하나였다. 그러나 한 번 입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입어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불티났다. 1970년대부터 유행한 청바지는 젊음의 상징과도 같았고, 청바지와 잘 어울리는 품이 넉넉한 티셔츠는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뽐냈다.
패션은 유행을 따라 흐르면서 유행의 척도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은 알고 있었다. 오늘날 누구나 한 번 쯤은 먹고, 입고, 방문 해 본다는 NC백화점, 킴스클럽아울렛, 뉴발란스, 켄싱턴 호텔, 애슐리, SPAO, 로이드 등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됐다. 외국 브랜드만이 유행 잇템으로 알고 있었던 잘파세대들의 소비심리를 적극 끌어올린 탁월한 장사꾼. 2평 남짓 보세옷 가게가 40여년만에 조단위 매출을 달성할 대기업으로 성장할 지 누가 예측이나 했겠는가.
국내 매출 1조 뉴발란스… 올해도 ‘유행 잇템’ 자리매김
“나이키, 아디다스 한 물 갔죠. 올해는 뉴발란스가 대세입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채널을 통해 남긴 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늘 유행을 만들어냈지만, 언젠가부터 잘파세대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뉴발란스가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주춤해진 분위기이다.
패션에 있어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세대는 10대부터 20대까지 잘파세대들이다. ‘잘파’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대 초반 이후에 태어난 알파세대를 합친 신조어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환경에서 성장한 ‘디지털 원주민’이다.
잘파‧MZ세대 사이에서 유행을 주도한 뉴발란스는 국내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1906년 탄생된 미국 브랜드 뉴발란스는 지난 2008년 이랜드월드가 뉴발란스로부터 한국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뉴발란스는 국내에서 지속 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 2020년 5050억원 매출에서 2021년 6100억원, 2022년 7200억원, 2023년 9000억원, 2024년 1조원으로 순차적으로 성장해왔다. 이토록 성공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한 국내 맞춤형 상품 기획 덕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랜드월드는 이미 유행이 지난 상품을 재유행 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20년 재출시한 러닝화 ‘530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이랜드는 직영 매장에서 수집한 고객 데이터와 한국인의 발 모양, 보행 패턴, 패션취향 등을 철저하게 분석한 후 글로벌 본사에 재출시를 요청했으며, 그 결과 200만 켤레 이상의 판매고를 달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 겨울 ‘김연아 패딩’을 재유행시키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이랜드는 피겨여제 김연아를 발탁해 ‘뉴발란스 우먼스’ 라인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였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균형감과 곡선미를 강조한 차별화된 디자인 이미지로 여성 고객의 소비심리를 끌어올렸고, ‘연아 다운’은 출시되자마자 10만장 이상 판매고를 기록했다.
건강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직결시킨 이벤트 역시도 빼놓을 수 없다. 뉴발란스는 러닝크루 ‘뉴발란스 런 클럽(NBRC)’과 ‘런 유어 웨이’ 마라톤 행사 및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켰다. 뉴발란스 런클럽은 러닝을 즐기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랜드 뉴발란스 관계자는 "뉴발란스는 고객의 건강한 경험을 돕기 위한 상품 기획 및 캠페인을 전개하며, 지난해 1조 브랜드로 거듭났다"며 "앞으로도 국내 고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품과 콘텐츠를 지속 선보일 것"이라는 말을 통해 올해 실적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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