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지나 기자)
"월세 내기도 빠듯한데 여행은 꿈도 못 꿔요. 이젠 물건도 꼭 필요한 것만 사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저렴한 비용으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해외여행 인기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장기화된 청년 실업에 고물가, 경기 부진에 해외나 국내로 떠나던 젊 은층의 '해외 러시' 흐름이 끊겼고, 명품 쇼핑도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엔저 영향으로 여행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던 일본 여행은 최근 급격한 엔화 상승으로 1000원대를 돌파하면서 수요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20대 직장인 오 씨는 매년 일 년에 두 번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즐겨왔지만, 올해는 여행 계획이 없다. 오 씨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동생이 대학교 졸업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취업을 하지 못해 내가 생활비를 보태주고 있다. 내 급여는 오르지 않는데 월세나 생활비는 치솟고 있어서 제일 먼저 쇼핑이랑 여행을 줄였다"고 말했다.
오는 5월 황금연휴에 삿뽀로 여행을 계획했던 이 씨도 여행을 취소했다. 급격하게 오른 엔화에 비행기값도 평소의 2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연휴라 비행기값이 너무 비싸고, 엔화도 1000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애초 계획한 자금 으로 해외 여행을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친구들과 강화도 펜션에서 하루를 보내는 걸로 만족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수요를 주도하던 청년세대가 여행, 쇼핑 등 지출을 줄이고 있다. 높은 청년실업률과 '쉬고 있는' 청년이 증가하면서 경제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취업준비 등 없이 비경제활동 상태에 있는 청년 인구가 2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청년 고용시장의 3가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쉬었음 청년은 42만 1천명으로 2년 연속 늘었고, 지난 2월에는 50만명을 넘으면서 노동력 유휴화 현상이 심화했다.
청년들이 쉰 주된 사유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움' 같은 노동시장 미스매치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쉬었음' 청년은 비경제활동 상태 중 하나로 지난 한 주간 육아·가사, 통학, 취업준비 등의 활동을 하지 않고 특별한 일 없이 쉰 대상을 의미한다.
지난해 전체 장기실업자 22만 7천명 중 청년층이 6만 9천명(30.2%)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5만 1천명(22.3%)으로 뒤를 이었다. 장기실업자의 52.5%가 30대 이하였다. 경총은 보고서에서 최근 청년 고용시장의 주요 특징을 △쉬었음 인구 증가 △단시간 근로자 증가 △장기실업자 증가로 분석했다.
2년째 직장에 다니지 않고 있다는 20대 박 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회사가 어려워져서 권고사직을 당한 후 이직을 하지 못한 상태다"면서 "다시 중소기업에 가고 싶지 않아서 부모님과 상의 후 공부를 더 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역대급 불황에 젊은층들이 열광하던 명품 소비도 줄었다.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 증가율은 2021년 35%에서 지난해 5%로 급감했고, 신세계백화점은 44.2%에서 6.2%, 현대백화점은 38.4%에서 11.4%로 추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장기화된 경기 불황이 명품 소비 위축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여행 업계도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다. 13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가 있던 지난 1월 해외여행 성수기에도 여행 수요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본 여행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최근 교원투어 '여행이지'가 공개한 올해 5월 초 황금연휴(5월 1~6일) 출발 기준 일본 여행 예약량은 전년 대비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약 순위도 5위를 차지하며 태국과 중국에도 밀렸다.
올해 예약 순위는 베트남(18.7%), 유럽(17.2%), 태국(14.4%), 중국(11.7%), 일본(9.3%) 순, 지난해는 베트남(24.4%), 유럽(15.5%), 일본(13.1%), 태국(12.2%), 필리핀(5.7%)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 여행 하락 원인은 급격하게 오른 엔화 강세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엔화는 800~900원대로 떨어져 해외여행객이 선택한 여행지 1순위 자리를 지켜왔다. 저렴한 물가에 짧은 비행시간, 도시마다 다른 테마로 여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 2월 970원대까지 치솟은 엔화는 최근 1000원대를 돌파했다.
여기에 일본이 급작스럽게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들의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으로 관광세와 숙박세 인상을 검토한다고 발표하면서 여행객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일본 정부는 입국세를 현행 1000엔에서 5000엔으로 인상하고 주요 관광지 입장료를 인상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인기 여행지 지자체는 외국인 대상으로 숙박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캐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