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부동산 시장에서 ‘희망’은 독(毒)이다. 무주택자는 폭락을, 유주택자는 폭등을 꿈꾸지만 시장은 차가운 수치와 냉정한 구조로 움직인다. 2025년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8.04%를 기록하며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 상승은 ‘기분 좋은 호황’이 아니었다. 공급은 막히고 수요는 억눌린 상태에서 가격만 튀어 오르는 ‘왜곡된 시장’의 결과물이었다.
서울 강남 등 상급지 아파트는 신고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주도했지만, 일부 비수도권이나 비아파트 시장은 침체를 겪었다. 여기에 주택 공급 감소로 인해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전세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고통이 커졌다.
2025년은 한마디로 ‘유동성이 잠긴 채 가격만 뛴 해’였다. 정부는 6·27 대출 규제와 10·15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거래량은 평년의 70% 수준인 65만 건에 머물렀지만, 서울 상급지에서는 연일 신고가 거래가 터져 나왔다.
원인은 분명했다. 수요가 강해서가 아니라 ‘팔 물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규제는 다주택자를 압박해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고착화했고, 양도세 중과 유예 만료를 앞두고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 147만 원을 돌파하며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제 부동산 시장의 시선은 2026년으로 향한다. 금리는 인하 기조로 돌아섰고 공급은 더 줄어드는 가운데, 2026년 부동산 시장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는 뭘까.
2026년 집값을 밀어 올릴 가장 강력한 엔진은 ‘공급 부족’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6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21만 가구로, 2025년(27만 가구)보다 28%나 줄어든다. 특히 서울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내년 입주 물량은 2만 8984가구로 올해보다 32% 급감하며, 임대 물량을 제외한 실제 분양분은 1만 7000가구에 불과하다.
착공과 분양이 일부 늘더라도 입주는 과거 착공 실적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되돌릴 수 없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6년 서울 집값이 4.2%, 수도권이 2.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위기 같은 돌발 변수가 없다면 수도권 아파트의 ‘키 맞추기’ 상승과 한강 벨트의 신고가 행진은 2026년에도 현재진행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임대차 시장이다. 2026년 전세 상승률 전망치(서울 4.7%)는 매매 상승률을 웃돈다. 2020년 시행된 ‘임대차 2법’의 갱신권 만료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가격이 튀어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 대출 규제의 부수 효과로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투자자가 내놓는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 빌라 전세 사기 여파로 수요가 아파트로만 쏠리는 병목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자금 조달이 막혀 매수를 포기한 대기 수요자들이 전세 시장에 머물면서, 전셋값이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2026년 부동산 시장의 최대 리스크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서울로의 돈 쏠림 차단’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한 대출 규제는 서울 아파트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한편, 장기 침체에 빠진 지방 부동산에는 숨통을 틔워주는 ‘양극화 해소’ 전략을 펴고 있다.
실제로 지방은 6·27 대출 규제와 스트레스 DSR 적용에서 제외되며 서서히 바닥을 탈출하는 모양새다. 2차 공기업 지방 이전 등 대선 공약이 가시화되면 수도권의 수요가 ‘남하(南下)’하며 지방 시장이 2025년보다는 상승 폭을 확대할 개연성이 크다.
2026년은 거시경제적으로 ‘완화의 시대’로 접어드는 전환점이다. 금리는 낮아지고 주택 구매 여력은 커지지만, 공급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이런 장세에서 수요자가 주목해야 할 것은 평균 가격인 ‘통계’가 아니라 개별 ‘매물’의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2026년은 현장의 발품이 수익률을 결정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급매물을 선점하는 능력과 지역 중개업소와의 네트워크가 내 집 마련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시장을 왜곡하고 입주 물량이 절벽을 맞이하는 2026년, 부동산 시장은 안정이 아닌 ‘불안한 동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사캐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