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산하 기자)
최근 금융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흐름 중 하나는 시중 자금이 은행의 예·적금과 부동산에서 빠져나와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 현상이다. 금리 환경의 변화와 자산시장 구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기적인 투자 열풍이 아니라 구조적인 자산 배분 변화로 이어질 개연성을 높게 보고 있다.
■ 자본시장으로 돈이 몰린다
머니무브의 가장 큰 배경은 금리 환경의 변화다.
고금리 시기에는 예금과 채권 같은 안전자산의 매력이 높았다. 하지만, 금리가 하락하거나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최근 국내외 중앙은행들이 긴축 사이클의 정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고, 이는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높은 기대수익률을 바탕으로 국내외 증시, 상장지수펀드(ETF) 등 자본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자본이득이 기대되는 주식, ETF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자금운용 수요 증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투자대기성 자금으로 불리는 요구불예금(MMDA포함)의 잔액은 지난 2월 기준 684조8604억원으로 전달(651조5379억원) 대비 33조3225억원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도 머니무브의 중요한 요인이다. 투자처를 찾아 돈이 끊임없이 이동하는 셈이다.
■ 주식시장 관심 증가
부동산 시장이 대출규제와 금리 부담 등으로 상승 동력이 약해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모바일 증권 거래 환경의 발달로 시장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도 자금 이동을 가속화시키는 배경으로 꼽힌다.
기업 실적 기대감 역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와 반도체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이 시장의 관심을 끌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 산업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주식시장에 자금을 배분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 국면과 반도체 업황 상승 사이클이 이어지며 반도체·AI 중심의 증시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재평가 기대가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란 분석이다.
연금과 기관 자금의 투자 확대도 주목할 부분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 장기 자금이 주식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의 경우 디폴트옵션(사전운용지정제) 도입 이후 주식형 펀드와 ETF로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증시로의 안정적인 자금 공급 기반을 강화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 자산시장의 중심축이 바뀐다
다만 머니무브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주식시장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변수다. 글로벌 경기 둔화나 지정학적 리스크, 금리 정책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따라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빠르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중동 사태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폭락과 폭등을 나타냈다.
또한 증시 상승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진행될 경우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자금 흐름이 다시 다른 자산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중장기적으로는 자산시장의 중심이 점차 금융투자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구 고령화로 장기 투자 자금이 확대되고, 연금 중심의 투자 구조가 강화되면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선진국의 경우 가계 자산에서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반면 한국은 여전히 부동산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결국 향후 머니무브의 방향은 금리와 경기, 그리고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하락 기대와 성장 산업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이어질 경우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투자자들은 단기 흐름에 휩쓸리기보다 자산 배분 관점에서 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시사캐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