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지난해 관세 충격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중동발(發) ‘초대형 악재’가 세계 경제를 덮쳤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살되면서, 중동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점의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었다. 에너지 인프라 파괴와 물류 마비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전 세계를 엄습하고 있다.
이번 위기의 뇌관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량의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동맥’ 호르무즈 해협이다. 하메네이 사살 이후 이란 군 당국이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면서, 사실상 물류 통행이 불가능해졌다.
공급 차질 우려에 브렌트유 가격은 18개월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84달러대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유가 상승세가 유지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연말 3%까지 반등하며, 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위기는 비료 원료인 요소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식량 위기까지 촉발하는 복합 위기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33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 중인 한국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132억 6000만 달러의 흑자를 냈지만, 전월 대비 흑자 폭은 54억 4000만 달러나 급감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입액 증가와 수출 둔화가 맞물려 상품수지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성욱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호르무즈 해협 운송 차질로 운임이 상승하면 서비스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서민 경제의 가늠자인 기름값은 폭등 중이다.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이미 리터당 1916.5원을 기록하며 20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문제는 기름값 상승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에너지는 운송비와 생산비 전반에 영향을 준다.
물류비가 오르면 식품과 공산품 가격도 밀려 올라간다. 천연가스를 원료로 쓰는 비료 가격이 뛰면 식량 가격 불안으로도 번질 수 있다. 실제로 중동 불안 이후 요소와 황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금융시장 역시 중동발 뉴스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리스크 고조로 급락했던 국내 증시는 하루 만에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며 급반등하는 등 이른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지난 5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490.36포인트(9.63%) 오른 5583.90에 장을 마쳤으며, 코스닥 역시 14.10% 급등한 1116.41로 장을 마감했다. 양 시장 모두 상승률 측면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급등장에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되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고심은 깊다. 변동성이 극심해지면서 향후 투자 방향을 잡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의 ‘정권 교체’라는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를 던지면서 미국이 출구가 불분명한 장기 분쟁에 빠져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이 지상군 투입에 맞서 장기 저항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의 회복 동력은 완전히 상실될 수 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유지하고 있으나, 에너지 가격 급등과 금융시장 변동성을 핵심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반도체로 버티고 있는 한국 경제가 중동발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는 ‘쌍둥이 악재’를 어떻게 뚫고 나갈지가 향후 경기 향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사캐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