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비트코인은 매우 강력하다. 모든 것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으며, 이제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으로 대금을 지급하길 원한다. 미국은 이 흐름의 최전선에 있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상자산 시장을 향해 다시 한번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서밋'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자산의 팽창하는 영향력을 인정하며, 미국의 국가적 대응과 주도권 확보를 강조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규제 일변도였던 과거의 흐름을 뒤집고 가상자산을 제도권과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다. 대통령의 낙관적인 전망이 무색하게도, 같은 날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트럼프 랠리'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심리를 꺾어놓은 것은 다름 아닌 중동에서 들려온 포화 소리였다.
현재 비트코인 시장을 짓누르는 가장 큰 하방 압력은 격화되는 중동 정세다. 미국과 이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과 제철 공장을 타격했다는 소식에 이어, 미군의 이란 하르그섬 상륙 가능성과 지상군 1만 명 증파 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군사 작전의 지속 가능성을 언급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는 "현재 3554개의 타격 목표가 남아 있으며,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혀 전쟁 장기화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한때 이란과의 대화 소식에 7만 1000달러선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은 이란의 협상 거부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이라는 악재가 겹치며 단숨에 6만 5000달러대까지 주저앉았다.
과거 비트코인은 지정학적 위기 시 '디지털 안전 자산'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이번 사태에서는 위험 자산으로서의 성격이 더 짙게 나타나고 있다. 전쟁 장기화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하면서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리스크 오프(위험 회피)' 현상이 뚜렷해진 결과다. 실제로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는 자금 순유출이 관측되며 시장의 불안감을 대변하고 있다.
이처럼 극심한 변동성 속에서도 낙관론은 존재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의 급락을 오히려 '바닥 다지기'의 신호로 해석했다. 제임스 야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비트코인 가격 하락폭은 과거 평균적인 고점 대비 저점 수준에 거의 도달했다"며 기술적 저점 형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약 40% 조정을 거쳐 현재 6만 6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현 상황이 가격 측면에서는 매력적인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코인베이스, 로빈후드 등 주요 가상자산 관련 기업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하며 시장의 장기적 잠재력에 손을 들어줬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거래량 감소'를 향후 시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했다. 가격은 바닥일 수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활동성이 위축될 경우 반등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로 애널리스트는 "거래량 부진이 이어지면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고 반등의 지속성이 제한될 수 있으며, 2026년 가상자산 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6만 6000달러 안팎에서 횡보하며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가상자산 정책 기조는 분명한 호재지만, 중동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블랙홀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그 효과를 상쇄하는 모양새다.
결국 향후 비트코인의 행방은 두 가지 축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첫째는 중동 정세의 전개 양상이다. 지상군 투입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 상황은 글로벌 공급망과 위험 자산 선호 심리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둘째는 미국의 정책적 실행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가상자산 주도권'이 단순한 수사를 넘어 구체적인 제도 개선과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롤러코스터 장세가 불가피하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가격 반등보다는 변동성 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비트코인이 진정한 '주류 자산'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시사캐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