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6 22:03 (금)
[음악_비행선 02호] ​1인 가구 천만 시대! 그 외로운 골방(?) 마다로 띄우는 두 가지 독백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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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_비행선 02호] ​1인 가구 천만 시대! 그 외로운 골방(?) 마다로 띄우는 두 가지 독백 ①
  • 양태진 기자
  • 승인 2026.06.24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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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 하늘을 유영하다 인생의 항로까지 수놓는 나만의 뮤직 플레이리스트 더하기

​선율의 정수를 엄'선(選), 듣는 감각의 '선(線)'을 잇는 소리 궤도 이탈 '비행(非行)선'

로버트 팔머의 ‘Addictions’와 코어즈의 ‘Talk on Corners’로 고독의 주파수를 맞추다

(시사캐스트, SISACAST=양태진 기자)

대한민국은 크고 작은 '1인' 섬들이 소리 없이 떠다니는 군도(群島)*다. 통계청의 메마른 숫자들을 굳이 들춰내지 않더라도 늦은 저녁의 퇴근길, 집집마다 불꺼진 원룸의 도어락이 열리고 그 틈새에서 새어나오는 고독함의 공기는 사방을 채우고도 남는 현실. 

바야흐로 '1인 가구 천만의 시대'.(사실상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상 1인 세대가 1,000만 세대를 넘어섰건만, 통계청이 집계한 실제 1인 가구는 약 800만 가구 수준이다.) 우리는 손가락 하나로 전 세계의 누구와도 단 1초 만에 닿을 수 있는 초연결의 시대에 살건만 역설적으로, 그 어느 세대보다도 지독한 '소통 불능'과 '자발적 고립'의 늪에 빠져 있다.

*군도(群島): 바다 위에 무리 지어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의 집합.

 

​초연결 사회라는 화려한 도시 불빛을 뒤로한 채, 오직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차가운 액정 화면으로만 영혼의 주파수를 맞춘 현대인의 방 안을 상징화한 이미지컷. 섬처럼 파편화된 채로 저마다의 고립을 앓고 있는 이 초상은, 가상의 소통 속에서 끝없이 부서지는 정서적 유대의 결핍을 시각적으로 서글프게 증명하고 있다.(사진출처: [음악_비행선] 전용 아카이브)

이들의 방 안에 홀로 남겨진 외로움은 사실, 단순한 심심함의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정서적 결핍이자, 타인을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의 깊고도 기묘한 갈증에 가까운 것.

이에 이번 음악 비행선의 두 번째 항행(航行)*에서는 이 지독한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 불능 사이의 서사를 관통하는 두 장의 위대한 음반을 매칭해 보려 한다. 1970년대 말의 뜨겁고도 날것 가득한 아날로그적 도파민 중독(?), 그리고 1990년대 말의 서정적이면서도 시리고 달큰한 아일랜드식 고립. 이 두 시대의 음악이 품은 주파수는 정확히 2026년의 현재, 대한민국의 외로운 골방들을 정조준할만 할 것이다.

​*항행(航行): 배나 비행기로 바다 혹은 하늘의 길을 나아가거나 건너감.

 


Part 1. "의사 선생님, 나한테 맞는 처방전을 줘요!" - '로버트 팔머'의 뜨거운 도파민 중독

흑인 특유의 그루브한 베이스 리듬을 영국식 록 사운드에 이식하며 독보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했던 블루아이드 소울의 거장, '로버트 팔머'. 그의 방대한 음악 여정을 정교한 큐레이션으로 압축해 낸 '<addictions> Volume I' 앨범 자켓의 매혹적인 그래픽은 그 자체로 시대를 앞선 탐닉의 선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하단)(사진 출처=필자 소장 음반 직접 촬영 (로버트 팔머 앨범 <Addictions> 자켓 커버 디자인 저작권은 원저작권자에게 있으며, 비평 목적의 인용입니다.))
1979년, 대중을 단숨에 매료시킨 빌보드 14위의 대성공작 <Bad Case of Loving You>의 후렴구를 상징화한 이미지. 이는 자켓의 전면을 대신해도 될 만한 핵심 트랙으로, 특히 곡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집약한 이 전설적이고도 거침없는 외침은, '로버트 팔머'의 스타일리시한 외모와는 다소 상반된(?) 본능적인 록 스피릿을 각인시키며 그를 단숨에 글로벌 슈퍼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물론, 이 하나의 트랙에 담긴 신명나는 리듬감으로, 그의 방대한 음악적 실험성 전체가 가려지는 오독을 낳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이 매혹적인 외침은,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결정적 도약대가 됐다.(상단)(사진출처: [음악_비행선] 전용 아카이브)

첫 번째로 비행선이 날아갈 좌표는 1989년에 발매된 '로버트 팔머(Robert Palmer)'의 기념비적인 베스트 앨범 <Addictions: Volume 1>이다.

팝 역사상 가장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장르의 경계를 능청스럽게 넘나들던 '블루아이드 소울'의 거장, '로버트 팔머'. 

그는 포마드로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스타일에 칼 같은 쓰리피스 수트를 입고 록, 블루스, 레게, 신스팝, 그리고 재스 스탠다드까지 기묘하게 융합하던 와중,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또 한 번의 앨범 타이틀 'Addictions(중독)'라는 한 단어로 요약해버리는데,

 

​지중해 몰타 섬의 이국적인 비트 속에서 성장해 영국 록 신의 거장으로 우뚝 섰던 로버트 팔머. 하드록의 시대가 저물어가던 1970년대 중반, 그는 블루스 기반의 원초적 사운드로 독자적인 솔로 커버리지를 넓혀갔다. 현대 뮤비의 선구자이기도한 '피터 가브리엘'과 더불어 모던 록 사운드의 자양분을 제공한 그의 거침없는 그루브는 이후 브릿팝 후배 뮤지션들에게까지 깊은 음악적 영감을 다각도로 투사했다.​​ 그런 그가 수트를 입고 마이크 스탠드가 부서져라 포효하는 날것의 보컬에서부터, 붉은 민소매를 입고 기타를 거머쥔 채 무대를 장악하던 열정의 순간까지, 팝 역사상 가장 스타일리시했던 거장 '로버트 팔머'의 찬란했던 전성기 시절 라이브 무대들을 극적으로 포착한 이 콜라주는 그가 왜 단순한 록 가수가 아닌 뼛속까지 위대한 '록 스피릿'의 소유자였는지, 그 연유를 시각적 전율로서 확인시켜 주고 있다.(각 사진의 출처= Wikimedia Commons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 Alike 3.0 Unported 라이센스 허용 이미지))

그 앨범 커버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묘한 탐닉(?)의 미소는, 곧장 앨범 내 곡들과 하나 둘 맞물리면서 문명 속 인간들이 필연적으로 앓게 되는 '중독'의 단면들을 조금씩 유추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트랙이자 그의 황금기를 견인했던 메가 히트곡, <Bad Case of Loving You (Doctor, Doctor)>의 독보적인 후크는, 당시 전 세대를 관통하는 것도 모자라, 한 영리한 리듬의 변주가 어떻게 시대를 초월해 그 생명력을 유지해 올 수 있었는지 그 위대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마는데,

 

원래 이 메가 히트곡은 1979년 작인 5집 앨범, <Secrets>에 수록되어 대중성 뿐 아니라 '로버트 팔머'만의 본능적인 리듬 감각을 전 세계에 증명했던 마스터피스였다. 이에 그런 '로버트 팔머'가 마치 당시의 아날로그식 수화기를 붙잡은 채로 의사에게 외쳐댔을 노래 속 절박한 비명을 상징화한 이미지 한 컷. "의사 선생님... 제가.. 지독한 사랑(도파민) 병에 걸린 것 같아요..(Doctor, Doctor,... Bad Case Loving...)."(상단)
그로부터 47년이 지난 2026년, 어떤 알약(No Pill)으로도 결코 치유되지 않는 현대인의 고독과 관련해, 이 노래 속 지독한 사랑의 감정을 스마트폰 화면이 뿜어내는 푸른 도파민 수액(?)으로 전이시켜 보는 건 어떠한가.(하단)(사진출처: [음악_비행선] 전용 아카이브)

직관적이면서도 탄탄한 구조 속에서 귀에 단숨에 들어와 박히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는, 역시나 '로버트 팔머' 특유의 거칠고 시원시원한 창법과 도킹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런데 이러한 청각적 쾌감에 더해 가사의 행간까지 음미하다 보면, 2026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에 또 다른 차원의 묵직한 파문이 일어나는 것을 감출 수 없건만

 

"Doctor, doctor, give me the news

I've got a bad case of loving you!"

'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절 진단해 주세요.

난 당신을 사랑하는 아주 몹쓸 병에 걸렸단 말이에요.'

 

- <Bad Case of Loving You>의 후렴구 도입부

 

 

'로버트 팔머(Robert Palmer, 본명은 '로버트 알렌 팔머')'의 거침없는 음악적 DNA는 그의 유년 시절이 머물렀던 지중해 몰타 섬의 원초적인 주파수에서 발현되었다.(상단)(사진출처: [음악_비행선] 전용 아카이브)
1969년 밴드 '맨드레이크 패들 스티머'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래, 그는 언제나 본능적인 비트의 미학에 집착했다. 그럼에도 3집까지는 대중적 파괴력이 미미했으나, 1978년 작 <Double Fun>을 기점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이듬해인 1979년, 5집 <Secrets>에 수록된 <Bad Case of Loving You>를 통해 마침내 거대한 음악적 야심을 폭발시킨다. '피터 가브리엘'과 함께 후대 모던 록의 위대한 뿌리로 추앙받는 그의 원초적 사운드 문법은, 훗날 '오아시스'나 '블러', '펄프' 같은 브릿팝 거장들의 음악적 질감 속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하단)(사진 출처=Wikimedia Commons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 Alike 라이선스 허용 이미지))

그 파문이란, '로버트 팔머'가 마이크 스탠드를 부서져라 붙잡고 터트렸던 '사랑'이라는 날것의 절규가, 2026년 현재 스마트폰이라는 작고 얇은 사각형 감옥(?) 안에 갇힌 현대인들의 지독한 '도파민 중독'과도 소름 돋을 정도로 절묘하게 치환 가능하다는 것.

​다시 말해, 우리는 홀로 남겨진 방 안의 지독한 적막을 견디다 못해 끊임없이 디지털 피드라는 '의사(Doctor)'에게 나를 달래줄 자극적인 영상과 텍스트라는 '뉴스(News)'를 갈구하고 있진 않느냐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러한 현상들을 더 뛰어넘어, 내 외로움을 아주 철저하고도 완전히 마취시켜 줄, 달콤한 '확증 편향'*과 '숏폼의 자극'만을 처방해 달라 애걸복걸하는, 그런 쓸쓸한 초상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아닐런지.

* 확증 편향 :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다른 정보는 무시하는 인지적 오류.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을 말한다.

 

 

​거친 하드록의 기세가 한풀 꺾이고 새로운 대안 사운드에 목말라하던 1970년대 중반의 영국 음악 신에서, 그가 밴드 '비니거 조(Vinegar Joe)' 시절을 지나 1974년 가을에 던진 솔로 데뷔작 <Sneakin' Sally Through the Alley>는 확실히 이색적인 충격 그 자체였다. 이를 상징화한 이미지 컷.(상단)
1989년, 아일랜드 레이블에서 공개된 이 <Addictions: Volume 1> 앨범은 '로버트 파머'만의 한계 없는 음악적 스펙트럼이 고스란히 담긴 베스트 앨범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흥겨운 자메이카풍 오프닝이 인상적인 <Pride>에서부터, 1986년 빌보드 정상을 정복했던 <Addicted to Love>, 그리고 1978년 작 <Every Kinda People>이 품은 밝고 따뜻한 톤의 세련된 그루브는 물론, 테크노 및 메탈적 터치까지 아우르면서도 글래머러스한 여인들을 쉴 새 없이 등장시킨 뮤비가 인상적이었던 후기작, <Simply Irresistible>(빌보드 2위)을 지나 다소 몽환적인 <Style kills>에 이르기까지, 각 종 장르를 넘나들며 특유의 허스키함으로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던 그가 얼마나 탁월한 감각을 지닌 거장이었는지를 아낌없이 증명하고 있는 것. 이렇듯 ​​특유의 댄디한 아우라와 훵키한 록 사운드 등을 결합한 것도 모자라, '듀란듀란' 및 '칙(Chic)'의 멤버들과 결성한 프로젝트 밴드, '파워 스테이션(The Power Station)' 시절에도 듀란 듀란의 세련된 뉴웨이브 감각과 70년대 디스코 거장 밴드 '칙'의 훵키하고 묵직한 리듬, 그리고 '로버트 팔머'만의 폭발적인 록 보컬이 결합하면서 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압도적인 사운드 블렌딩'까지도 완성해 낸 뒤, '87년과 '89년엔 그래미상 남성 록보컬상까지도 수상하면서 시대의 아이콘이 된 그였건만, 2003년 9월 26일, 새 앨범 홍보차 프랑스를 방문했던 당시, 안타까운 나이에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하단)(사진출처: [음악_비행선] 전용 아카이브)

어찌됐든 이외에도, 이 앨범 속을 더 깊이 유영하다 보면, 6집 'Clues'의 대표작 <Johnny & Mary>가 '로버트 팔머'만의 선구적 심미안을 증명하듯 차갑고도 미니멀한 신디사이저 사운드의 반복 비트 미학으로 대도시 속 인간의 소외와 고독을 서늘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반면, 

​1980년 가을에 발매된 6집 기반의 <Looking for Clues>는 불안과 변덕 속에서도 상대방에게 닿을 수 있을 만한 해답(단서)을 필사적으로 찾아내려는 심정을 훵키하고 위트 있게 수놓고 있다. 이는 소통의 부재 속에서도 끊임없이 관계의 실마리를 찾아내려는 현대인의 심리 또한 정밀 타격하는 것으로, 이처럼 고독의 단면을 포착해낸 명곡들이 앨범 전반에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오늘날 외로움과 결핍에 물든 우리의 어깨를 가장 리드미컬한 방식으로 다독여주는 이 '로버트 팔머'만의 음악적 위로를 통해, 잠시나마 깊은 고독의 무게를 덜어내고 메마른 내면이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기를.

인간이란 시대를 불문하고 무언가에 끊임없이 의존하고 처방받지 않으면, 한 순간도 스스로의 고독을 지탱하지 못하는, 그런 아주 취약한 존재니까 말이다. [시사캐스트]


(Part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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