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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_비행선 02호] ​1인 가구 천만 시대, 그 외로운 큐브(?) 안으로 띄우는 두 가지 독백 ②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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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_비행선 02호] ​1인 가구 천만 시대, 그 외로운 큐브(?) 안으로 띄우는 두 가지 독백 ② (下)
  • 양태진 기자
  • 승인 2026.07.25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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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속 하늘을 유영하다 인생의 항로까지 수놓는 나만의 뮤직 플레이리스트 더하기

​선율의 정수를 엄'선(選), 청각의 '선(線)'을 잇는 소리 궤도 이탈 '비행(非行)선'

로버트 팔머의 ‘Addictions’와 코어즈의 ‘Talk on Corners’로 고독의 주파수를 맞추다

(시사캐스트, SISACAST=양태진 기자)

단절된 현실 대신 잠든 꿈속으로 유예된 소통만을 갈구하던 비극적 서사는, 이제 더는 상처 입지 않으려 관계의 명제까지 비틀어버린 또 다른 고독의 풍경으로 안내한다. 타인에게 닿지 못하던 절망이 자발적 고립으로 이어졌다면 이젠 역설적이게도, 그 관계의 허황됨을 영리하고도 서글픈 방어기제로 풀어내는 것.

그것은 ​온기 없는 연결에 지친 현대인들 대부분이 역설의 언어로써 스스로를 보호해 왔던, 다가올 상처를 예감한 뒤에 차라리 아무런 확신도 구하지 않겠다는 모순적 태도와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바,

 

*본 이미지는 칼럼의 주제 의식과 해당 앨범에 수록된 곡의 상징화를 위해 특별 제작된 일러스트입니다.(이미지 출처: [음악_비행선] 전용 아카이브)

'더 코어스'의 명반 <Talk on Corners> 속 또 다른 숨은 보석과도 같은 트랙 <Don't Say You Love Me>는 사랑하는 이, 또는 그 어떤 소중한 존재가 영원히 내 곁에 머무르길 원하면서도, 제목 그대로 정반대의 상황을 상정하며 "나를 사랑한다 말하지 말아달라"라며 조심스레 경고의 일침(?)을 가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스탠다드 재즈의 명곡 <All of Me>가 "나를 사랑한다면 기꺼이 다 가져가세요"라며 '올인'의 기치를 내걸었던 것에서나, 또 다른 고전 명곡 <All or Nothing at all>의 "전부가 아니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주지 마세요"라며 양극단에 치우친 결연에 찬 순수성과도 심히 닮아있는 것. 차라리 자신의 온전함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그 어떤 상처도 주지 말아달라는, 현대인의 보편적 사고방식과도 매우 부합되는 측면이 아닐 수 없는데, 

 

'All of Me'와 'All or Nothing at All' 중, 1931년 '제럴드 마크스(Gerald Marks)'의 선율에 '시모어 사이먼스(Seymour Simons)'가 노랫말을 적어 내린 <All of Me>의 경우, 이는 사랑에 모든 것을 빼앗긴 이의 슬픔을 역설적인 경쾌한 스윙에 담아낸 스탠다드 재즈곡의 전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All or Nothing at all>은 1939년 '아서 올트먼(Arthur Altman)'의 드라마틱한 멜로디에 '잭 로렌스(Jack Lawrence)'가 타협 없는 사랑의 단상을 가사로 입혀낸 경우로, ‘내 전부를 가져가 달라’라며 애원하는 "All of Me"의 애절함과 더불어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주지 말라’라는 "All or Nothing at All"의 단호한 독백이 위스키 한 잔과 색소폰 선율로 정점에 치닫고 있다. 이 순간보다 더 깊은 고독의 맛을 달래줄 그런 재즈 안주가 또 어디 있으랴. 사랑의 전부를 갈구하는 이 재즈 명곡들의 가사가 빗방울처럼 가슴에 얼룩지는, 그런 낭만의 순간을 담은 이미지 컷 하나.(최상단)(이미지 출처: [음악_비행선] 전용 아카이브)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Corrs'의 ' Don't Say You Love Me '라는 동일한 화두(제목)가 시대를 불문하고 전혀 다른 결의 음악적 페르소나로 진화했다는 사실이다. 1999년, 노르웨이 출신의 두 소녀 'M2M'이 세상에 던진 같은 제목의 데뷔곡 <Don't Say You Love Me>는 지금 들어도 귀를 시원하게 일깨우는 청량감 넘치는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흥겨운 비트, 그리고 메인 보컬 '마리트'와 '마리온'의 풋풋하고 상큼한 화음으로 우릴 순수했던 그 시절로 데려다준다. 틴 팝(Teen Pop) 스위치*의 정수이기도 한 이 곡은 "섣부른 '사랑해'로 마음을 흔들지 말아달라"며 서툴지만 당돌했던 10대만의 정서와 톡톡 튀는 에너지를 담고 있었다. 유통기한 없는 청량한 팝 클래식이었던 만큼 세기말 당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애니메이션 <극장판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1999)의 엔딩 크레딧으로도 삽입된 바 있다.(중간)(​이미지 출처: M2M 싱글 <Don't Say You Love Me> 자켓 이미지 (Atlantic Records) / <극장판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 OST 관련 자료 (Nintendo·Creatures·GAME FREAK·TV Tokyo·ShoPro·JR Kikaku / Pikachū Project 1999))
이후 훌쩍 뛴 2025년, 또 다른 동명 타이틀 <Don't Say You Love Me>를 발표했던​ 방탄소년단(BTS) '진'의 경우, 감성 짙은 보컬 레이어와 서정적 멜로디라인을 통해 사랑의 무게감과 그 관계에서 오는 본질적 고독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와는 달리 'NCT WISH'는 밝고 직관적이며 풋풋한 고백의 미학을 선사하듯, 자신이 먼저 선수치고픈 귀여운(?) 욕망을 가사에 담고 있는데, 이렇듯 서로 다른 멜로디와 사운드, 그리고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으니 시간을 줘'와 같은 전혀 다른 사랑의 내용을 지닌 별개의 곡들이라지만, 국경과 세대를 넘어 외로운 골방의 문틈을 파고들 만한 '사랑을 말하지 말라'라는 타이틀은 왠지 서글프면서도 애틋한 화두가 아니었나 싶다.(하단)(이미지 출처: 방탄소년단(BTS) 진 <Don't Say You Love Me> M/V (빅히트 뮤직) 및 NCT <Don't Say You Love Me> M/V (SM 엔터테인먼트) 스틸 캡처)(본 이미지들은 음악 비평 및 칼럼 소개 목적으로 인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세련된 선율 속 구슬픈 가사를 숨겨두던 이들 'Corrs'는 그 바램대로였는지, 무대 위에선 가장 뜨거운 '인간적 연결'의 순간을 만들어내곤 했다. 과거 1998년 런던 로열 알버트 홀 무대에서 영미 팝 장르의 전설적인 밴드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의 드러머 '믹 플리트우드'와 함께 명곡 <Dreams>를 협연하며 시대를 초월한 음악적 교감을 선보였는가 하면,

이들의 살아있는 호흡은 단지 과거의 기록 속에만 머물지 않고, 지난 2025년, 투어의 첫 포문을 연 아일랜드의 '코크'와 '더블린'을 시작으로 영국의 '스카버러', '핼리팩스', 그리고 독일과 스페인의 주요 도시들을 직접 순회하는 <Talk On Corners> 투어를 성공적으로 이어가며 시대를 관통하는 아날로그 노스탤지어의 건재함까지 보여주었다.

​*스위치(Switch): 억눌려 있거나 아련해진 특정 시대의 향수와 감성을 단번에 '켜고(Turn-on)' 불러일으키는 직관적인 매개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영미 팝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포크 록 밴드이자 전 세계 1억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올린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 그 중심에서 특유의 역동적 리듬으로 그룹의 버팀목이 되어온 거장 드럼머 '믹 플리트우드(Mick Fleetwood)'가 '더 코어스(The Corrs)'와 한 무대에 선 모습. 이 무대에서 이들이 함께 완성해 낸 곡은 '플리트우드 맥'의 빌보드 1위 명곡이자 특유의 몽환적이고 아련한 감성에 빛나는 ‘Dreams’였다. 세대와 시대를 초월해 아일랜드 청춘들의 무대 위로 녹아든 그 전설의 드럼 비트는, 음악이 선사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인간적 연결’의 순간을 완성해 냈다.(상단)(출처: The Corrs - Live at the Royal Albert Hall (1998), Warner Music Group)
2025년 'Talk on Corners' 라이브 투어 현장. 무대 중앙에서의 '더 코어스' 막내 '안드레아 코어(Andrea Corr)'가 변함없는 호흡과 깊어진 음색으로 보컬을 터뜨리며 청중을 압도하고, 그 뒤편엔 첫째 '짐 코어(Jim Corr)'가 절정의 몰입감으로 기타 리프를 자아내고 있다. 피를 나눈 남매이기에 비로소 가능한 선율의 밀착, 세월이 흘러도 빛바래지 않는 이들의 무대는 서로의 눈빛과 호흡만으로도 공간 전체를 순수한 음악적 온기로 채워 넣었다.(하단)(출처: The Corrs 'Talk on Corners' Tour 2025 Official Live Performance Footage, Warner Music / YouTube)

핏줄로 묶인 이 네 남매가 오랜 시간 눈빛을 맞추며 악기를 연주하고, 동시대의 거장과 무대 위에서 온전한 호흡을 나누거나 여전히 무대를 누비며 관객과 소통하는 연대와 발걸음은 곧 우리에게 묵직한 위안을 건네는 바,

그것은 비록 우리가 모퉁이를 비껴 돌아 길을 잃은 채로 방황할지언정 서로의 소리와 주파수를 맞추며 단단하게 지속되어 온 이들의 발걸음 그 자체가,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던 '진짜 연결'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알려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로버트 팔머 (Robert Palmer)'의 곡 <Bad Case of Loving You>의 1979년 히트 당시, 에너제틱한 방송/라이브 퍼포먼스('Reelin' in the Years Productions')를 담은 아카이브 영상 스틸컷. 흰 민소매 상의를 입고 거친 드럼 비트와 기타 리프 위로 뜨거운 폭발력을 선보이던 이 시그니처 무대 장면은 지독한 고독과 소외를 잠시나마 잊어버리기 위해 몸을 던지는 그의 뜨겁고도 맹렬한 에너지이자 현대인의 고독을 정면으로 부딪쳐 부수려는 퍼포먼스의 한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상단)(이미지 출처: Robert Palmer - Bad Case of Loving You (Doctor Doctor) Live Archive, Reelin' In The Years Productions / Island Records)
1998년 발표되어 대히트를 기록한 '더 코어즈'의 대표곡 <What Can Do I>의 공식 뮤직비디오(Official Music Video)의 명장면. 흰색 목조 건물을 배경으로 '샤론', '짐', '안드레아', '캐롤린' 네 남매가 일렬로 서서 절제된 감정으로 문을 두드려도 열지 않는 관계의 한계 앞에서 '이젠 더는 노력해도 소용없다'라며 쓸쓸한 체념을 특유의 투명한 선율로 담아내고 있다.(하단)(이미지 출처: The Corrs - What Can I Do Official Music Video, 143 Records / Atlantic Recording Corp. / Warner Music)

'로버트 팔머'의 <Bad Case of Loving You>가 외로움이라는 지독한 질병(?)을 잠시나마 떨쳐내기 위해 거친 드럼 비트와 터질 듯한 기타 리프 위로 맹렬히 몸을 던진 '뜨거운 발악'이었다면,

코어즈의 <What Can I Do>는 아무리 벽을 두드리고 손을 뻗어도 끝내 닿지 않는 관계의 한계 앞에서 결국, "이제 더는 노력해도 소용없다(No more trying)"라며 고개를 숙이는 '차가운 체념'에 가까운 것이었건만,

이러한 체념은 역설적으로, 그 헛된 기대가 안겨주던 기만적 고통을 비워낸 뒤에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고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직한 안식'을 선사해 준다.

 

타인에게 주파수를 맞추는 일조차 취향과 효율의 영역으로 넘어가 버린 1인 가구의 현실.  점점 더 안락하고 안전하면서도, 지독하게 외로움이 사무친 방 안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쌓아 올린 침묵의 벽으로, 그 누구의 온기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차가운 감옥이 되어 있다.(상단) 하지만, 그 웅크린 고독을 걷어내는 법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말뿐인 대화에 마침표를 찍고, 완벽하게 계산된 안전거리 내에서 아주 조금씩만 발을 내딛어 보는 것. 길모퉁이에 비껴 서서 엇갈리는 대신, 먼저 고개를 돌려 상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는 작고 엉뚱한 용기야말로 우리를 이 차가운 고립에서 구원해줄 정직한 시작점일지 모른다. 그런 '로버트 팔머'와 '코어즈'의 신나고 청량한 멜로디를 함께 부르며 온전하고도 오롯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하단)(이미지 출처: [음악_비행선] 전용 아카이브)

다시 말해, 불가능했던 온기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소진했던 대신, 현실의 한계를 받아듦으로써 비로소 되찾은 고요, 그 여유로움 속에서 결국, 진실된 자아와 마주할 수도 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작지만 오롯한 영혼의 불을 켜 놓은 채로, 진짜 소통의 창을 활짝 열어두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

이 두 장의 명반이, 서로 다른 사운드의 질감과 20년이라는 세대의 격차를 가볍게 뛰어넘은 것은 물론,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싶고 오롯이 온전한 주파수로 소통하고 싶다'라는 원초적 유대의 결핍까지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의 ​“The raw frequency of genuine, human connection.”(날것 그대로의 진동으로 전해지는 진정한 인간적 연결)이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으나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운 고독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소통의 과잉 속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의 빈자리를 그 어떠한 꾸밈도, 포장도 없는 순수한 음악적 온기가 채워줄 수 있음을 깨닫고, 거짓된 관계의 소음(Noise)을 벗어나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따뜻한 선율들로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길 기원하는 이번 칼럼의 핵심 문구다.(이미지 출처: [음악_비행선] 전용 아카이브)

그렇다면 2026년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골방들, 배달 앱으로 외롭게 1인분의 음식을 시키고 인공지능의 매끄러운 목소리만을 유일한 말벗 삼아 서글프게 하루를 마감하는 당신의 큐브 안에선 지금,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는가.

알고리즘이라는 디지털 의사(?)에게 영혼 없는 도파민 처방만을 갈구하며 '로버트 팔머'처럼 거칠게 소리치고 있진 않은가. 아니면 홀로 켜진 메신저 창의 읽지 않은 숫자만을 바라보며 '코어즈'처럼, "내가 도대체 뭘 잘못한 걸까"라는 무기력한 자책만을 던지고 있진 않은지.

결국 이 두 장의 위대한 음반이 시대를 관통해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처방전은 단 하나다. 정밀하게 분절되고 메마른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가 진짜 회복해야 할 것은, 길모퉁이 뒤에 숨어 나누려는(Talk on corners) 파편화된 대화가 아니라, 서로의 날것 그대로를 투여할 수 있는 진짜 '인간다운 연결'의 주파수라는 것을. 우리의 쓸쓸한 일상이 저 모퉁이 너머의 작은 다정함 하나라면 언제든, 그 온기 만큼은 꼭, 되찾을 수 있을 테니까. [시사캐스트]

 

* 두 앨범은 하단(링크)을 클릭해 감상할 수 있다.

- 로버트 팔머의 'Addictions Vol.1'

- 코어즈의 'Talk on Cor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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