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송현아 기자) 고령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고령화가 성장률과 실질금리를 낮춰 통화정책 운용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AI 확산은 인구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워 고령층 고용확대와 기술도입은 필수적이지만 문제 해결에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령화가 노동절약적 기술 개발 촉진...생산연령인구 1인당 성장률 더 높아져
최근 한국은행은 경제정책연구센터, 경제협력개발기구와 함께 ″인구 고령화와 장수의 경제학: 도전에서 기회로″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고 밝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와 Asa Johansson OECD 경제국 정책연구부장의 개회사 이후, 1세션에서는 Fumio Hayashi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명예교수가 “일본 30년 장기침체의 근본 원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사교육을 통한 지위 경쟁이 없었다면 평균 자녀 수가 28% 많았을 것(70~75년생 여성 출산 기준, 1.92명→2.45명 추정)이라는 연구와, 지난 70년간 세계 각국 자료에서 출산율이 더 낮아진 나라일수록 오히려 생산연령인구 1인당 성장률은 더 높았다는 연구(젊은 노동력의 희소성이 자동화 등 노동절약적 기술 개발을 촉진한 결과)가 발표되어 저출산의 원인과 그 경제적 영향에 관한 통념을 재검토했다.
이 밖에 고령화가 성장률과 실질금리를 낮추어 통화정책 운용을 제약한다는 연구, 수도권 집중이 지역 쇠퇴와 저출산을 서로 심화시킨다는 연구, AI 노출이 젊은 층에 집중되어 있어 AI 확산만으로는 인구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연구 등도 발표됐다.
고위급 정책패널 토론에서는 ″고령화·인구감소 시대 한국의 번영을 위한 과감한 정책 혁신″을 주제로 Andrew Scott 교수(런던 비즈니스스쿨), Asa Johansson 정책연구부장, David Canning 교수(하버드대), 신영석 원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이 정책 대응 방향을 논의(사회: 나승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했다.
초고령화 따른 통화정책 여건 변화...물가 방향성 불확실성 커
한국은행에 의하면, 고령화는 성장 둔화와 실질금리 하락, 금융기관 건전성 저하 등 통화정책 운용 여건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며, 단기 처방이 아닌 실물·금융 부문의 구조개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4년 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오는 2045년에는 OECD 국가 중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고령화가 통화정책 운용 여건에 미치는 영향을 부문별로 점검했다.
개방경제 생애주기모형으로 성장률과 실질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OECD 국가 패널분석 및 시뮬레이션으로 물가에 끼치는 영향을, OECD 회원국 7,148개 은행의 27년간 패널자료로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분석한 결과, 고령화는 성장, 물가, 금융안정 등 통화정책 여건 전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및 실질금리 관련, 출산율과 기대수명이 지난 1991년 수준(1.71명, 72.2세)으로 유지됐다면 지난 2024년 기준 균형 실질금리는 현재보다 약 1.4%p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가 관련, 고령화는 지난 2025~2070년 중 물가상승률에 연평균 0.15%p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다만 탈세계화,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등 상방 요인이 병존하여 장기 물가의 방향성에는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안정 관련, 고령화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낮추고 부도위험을 높이며, 부동산 중심 대출구조를 지닌 금융기관일수록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수익성 악화에 따라 고위험·고수익 사업기회를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출산율 회복, 고령층 고용 확대, 생산성 0.5%p 제고 등 구조개혁이 실현될 경우 2025~2070년 중 실질금리와 성장률이 구조개혁이 없는 경우보다 연평균 약 1%p 높은 수준을 유지하여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은 인구 전환 빠른 국가...수도권 집중·인구 감소가 성장·사회통합 저해
OECD 한국경제보고서 2026에 의하면, 수도권 집중과 지역 쇠퇴, 저출산이 서로를 강화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지방의 여건 개선, 지역거점 육성, 계획·주택정책의 조정, 정부간 재정관계 재설계 등 공간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인구 전환이 가장 빠른 국가이다. 오는 2050년까지 총인구는 약 10%(500만명), 생산연령인구는 35%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수도권은 청년층을 계속 흡수하는 반면 여타 지역은 인구감소, 인력난, 지역경제 위축 등에 직면한 상황이다.
OECD 지역웰빙지표, 지역별 GRDP 및 소득, 15~29세 순이동률 등을 이용하여 수도권과 여타 지역 간 격차의 구조를 분석하고, OECD 회원국의 정책 사례와 비교한 결과, 경제력 집중과 지역 쇠퇴, 저출산이 자기강화적 순환구조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간 노동생산성 격차가 최대 2.5배에 달하며, 서울과 경기는 여타 지역으로부터 각각 60조원 이상의 재산소득 순유입을 기록했다. 높은 임금이 청년층을 수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반면, 수도권의 높은 주거비와 혼잡은 가족 형성을 어렵게 하여 저출산을 심화시켰다. 기업의 AI 도입률도 지역 간 편차(광주 60% vs 제주·경북 10% 미만)가 커 새로운 지역 격차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원격지의 서비스 접근성 보장과 디지털·규제 유연성 활용, 대학의 지역혁신 생태계 편입 등 지역거점 활성화, 계획권한 분권화와 개발이익 환수를 통한 주택시장 효율화 등을 통해 ‘기회의 지리’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인구구조 변화 따라 정년 연장, 노동참가 확대, 고령층 보완 기술 필요
신관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고령화의 성장 제약은 ‘노동력 부족’보다 ‘총요소생산성 둔화’에 있으며, 고령층 고용 확대와 기술 도입은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고령화가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노동투입 경로와 생산성 경로로 분해하고, 고령층 노동참가, 자동화 등 완충수단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한 결과, 고령화의 성장 제약은 생산성 경로가 가장 크고 지속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에 의하면, 고령화는 생산연령인구 비중 하락을 통해 성장률을 낮추나, 가장 크고 지속적인 부의 경로는 총요소생산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고령층 노동참가율이 상승하여 노동력 부족은 상당 부분 상쇄되나, 총요소생산성 둔화는 상쇄되지 않고 실버 배당은 기대수명이 길고 인적자본과 개방도가 높은 국가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아울러 이민은 고령화의 성장 제약을 자동적으로 완화하지 못하며, 자동화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나 인적자본, 조직역량 등 보완요소가 갖춰질 때 효과가 발현될 수 있다.
따라서 정년 연장·노동참가 확대 정책은 필요하나 충분하지 않으며, 기술을 고령층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노동, 이민, 혁신정책 등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AI 편익 실현하려면 재배치·재교육 활력 필요
OECD 보고서에 의하면, AI에 대한 노출도는 연령별로 역U자 형태를 보이며 자동화 노출은 젊은 층에서 높은 반면, AI의 편익 실현에 필요한 노동 재배치·재교육·기업 활력은 고령사회일수록 취약하다.
향후 수십 년간 OECD 국가의 성장은 인구구조 요인으로 제약될 전망인 반면 AI는 생산성 향상과 인력난 완화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연령대별 AI 노출도와 그 함의에 대한 분석은 미흡한 실정이다.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실제 수행 과업 기준의 AI 노출도(자동화 및 증강)를 산출하고, 교육수준·직업·국가를 통제한 연령 프로파일을 추정한 결과, AI 노출의 연령 구조와 고령사회의 적응 역량 간에 불일치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의하면, 전체 AI 노출도는 연령에 따라 역U자 형태를 보이며, 자동화(대체효과) 노출은 젊은 층에서 높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빠르게 하락했다. 경험이 AI를 보완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OECD 국가는 고령화 속도와 AI 잠재력에 따라 4개 그룹으로 구분되며, 인구 압력이 크면서 AI 잠재력도 높은 그룹에서는 STEM 인력 기반과 중소기업의 기술 수용력이 관건이다.
고령 근로자는 이직·이동성이 낮고 훈련 참여율도 낮아 AI 확산에 따른 동 재배치 과정에서 편익을 누리기 어렵고 신입 일자리 감소는 세대 간 지식 전수를 저해할 소지가 있다.
AI의 편익을 실현하려면 노동 재배치, 재교육·역량 향상, 기업 활력과 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하나, 고령사회에서 약화되기 쉬운 요소이다.
인공지능은 인구변화 따른 노동시장 불균형 문제 해결 어려워...노동시장 생태계 훼손 우려
이철희 서울대학교 교수는 "인구변화의 노동시장 충격은 노동력의 총량 감소보다 부문·숙련 간 불균형으로 나타나며, AI는 청년·고숙련 부문의 부족은 완화할 수 있으나 고령·저숙련 부문의 부족은 해소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생산연령인구는 오는 2072년 지난 2022년 대비 45.1%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노동시장 충격은 총량 감소보다 산업·직업·숙련 간 수급 불균형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인구추계와 산업·기술변화를 결합하여 2021~2031년 산업·직업별 인력부족 규모를 추정하고, 인구변화에 따른 노동공급 변화와 대조한 결과, 기술변화가 대체할 수 있는 부문과 실제 인력이 부족해질 부문의 방향이 서로 어긋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에 의하면, 지난 2021년부터 오는 2031년까지 인력부족 부문은 사회복지 서비스(36.6만명), 음식점·주점업(18.4만명), 전문직별 건설업(12.7만명)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AI 노출도는 청년 비중(0.47%), 평균임금(0.40%), 평균 교육연수(0.74%)가 증가하는 정의 관계인 반면 55세 이상 비중과는 0.53% 감소하는 부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수준의 산업별 노출도대로 AI 도입이 진행되면 부문 간 수급 불균형은 충분히 완화되지 않으며, 저임금·저숙련 부문의 인력부족은 해소되기 어렵다. 청년층 진입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경우 숙련 사다리가 사라져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 생태계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AI가 대체 가능한 부문과 실제 인력부족이 발생할 부문 간 ‘미스매치’를 고려한 교육·훈련 지원이 필요하며, 돌봄 등 저임금 부문을 위한 기술개발·상용화는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인구 감소·경제성장·기술변화의 방향성을 과거의 경험으로 예측 어려워
MIT와 런던 비즈니스 스쿨 & 엘리슨 기술원에 의하면, 지난 70년간의 실적을 보면 출산율 하락은 오히려 생산연령인구 1인당 GDP 성장률을 높였다. 젊은 노동력의 희소성이 노동절약적 기술의 개발·도입을 촉진했기 때문이다.
세계 조출생률은 지난 1950년 3.78%에서 2025년 1.71%로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성장을 저해한다는 통념이 지배적이나 대부분 장래 추계에 근거한 것으로, 지난 70년의 실적을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국가 패널자료와 미국 통근권 자료를 이용, 지난 1950년 출생률과 지난 1970년부터 2020년까지의 성장률(1인당 GDP 및 임금, 총GDP 및 총소득) 간 관계를 추정하고, 제 2차 세계대전 군인·민간인 사망률의 국가 간 차이를 이용하여 인과관계를 식별한 결과, 출산율 하락은 1인당 성장률을 높였고, 총량 GDP에도 부의 영향은 관측되지 않았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지역일수록 생산연령인구 1인당 GDP 및 임금 상승률이 높았고, 총GDP와 총소득은 유의하게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수준 상승, 여성 경제활동참가 확대, 농업 비중 축소, 신고전파 솔로우 모형 등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 또는 지역일수록 노동절약적 특허와 첨단산업 비중이 높게 나타나, 기술변화의 ‘방향성’이 내생적으로 조정된 결과로 풀이된다. 제 2차 세계대전 사망률을 이용한 분석에서도 인구규모 자체보다 젊은 노동력의 희소성이 성장효과를 견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예상되는 인구 감소 속도는 과거 경험의 범위를 벗어나며 기술·투자 반응도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어, 과거의 경험을 그대로 미래에 적용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시사캐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