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8 19:25 (일)
[크크맨의 카라이프] 벤틀리의 새로운 자신감, '토르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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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맨의 카라이프] 벤틀리의 새로운 자신감, '토르칼'
  • 이병진 기자
  • 승인 2026.11.08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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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이병진 기자)

 

벤틀리 토르칼. [사진=벤틀리모터스코리아 제공] 

벤틀리라는 이름에는 특별한 무게가 있다. 커다란 엔진이 만들어내는 넉넉한 힘, 손으로 정성껏 마감한 가죽과 나무, 장거리를 달려도 흐트러지지 않는 편안함. 빠르지만 서두르지 않고 화려하지만 요란하지 않은 자동차. 벤틀리가 100년 넘게 쌓아온 고급스러움은 이런 모습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제 그 중심에 있던 엔진이 사라진다. 벤틀리 최초의 순수 전기차, 토르칼이 등장했다.

토르칼은 컨티넨탈 GT와 플라잉스퍼, 벤테이가에 이어 벤틀리의 네 번째 모델로 합류한 도심형 럭셔리 SUV다. 기존 벤테이가보다 도심에서 다루기 좋은 크기를 지향하면서도 벤틀리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강력한 성능을 담았다.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뒤 아시아에서는 서울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벤틀리가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한 지 꼭 20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국내에는 일반 토르칼과 보다 역동적인 토르칼 S가 소개됐다. 2026년 10월부터 주문을 받기 시작했으며 첫 고객 인도는 2027년 말로 예정돼 있다. 아직 도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차는 아니지만 벤틀리가 앞으로 어떤 자동차를 만들려 하는지 보여주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벤틀리다운 새로운 얼굴

벤틀리 토르칼. [사진=벤틀리모터스코리아 제공] 
벤틀리 토르칼. [사진=벤틀리모터스코리아 제공] 

토르칼은 전기차라고 해서 벤틀리의 전통을 버리지 않았다. 길게 뻗은 보닛과 짧은 앞뒤 돌출부, 반듯하게 세운 앞모습에서 익숙한 벤틀리의 비례가 느껴진다. 다만 기존 모델보다 차체를 낮고 매끈하게 다듬어 한층 젊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벤테이가가 당당한 고급 SUV라면 토르칼은 조금 더 날렵한 도시형 SUV에 가깝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앞쪽 그릴이다. 벤틀리의 상징인 다이아몬드 무늬를 새롭게 해석하고 조명을 더해 독특한 표정을 완성했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처럼 커다란 엔진을 식히기 위한 그릴이 필요하지 않지만 벤틀리라는 이름을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 요소는 남겨둔 것이다. 뒤쪽에는 간결한 조명과 넓게 부풀린 바퀴 주변의 차체를 조합해 단단한 인상을 만들었다.

차체 길이는 약 5m다. 작은 자동차는 아니지만 벤틀리의 네 문짜리 모델 가운데서는 가장 짧다. 도심에서 다루기 좋은 크기를 고려한 선택이다.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실내 공간을 확보했고, 뒤쪽에는 460리터의 짐 공간을 마련했다. 엔진이 사라진 앞쪽에도 90리터의 별도 수납공간이 있다. 고급 SUV의 멋뿐 아니라 일상에서 필요한 실용성도 챙겼다.

조용해도 강하다

벤틀리 전기차에서 가장 궁금한 부분은 역시 성능이다. 토르칼에는 앞뒤로 하나씩 두 개의 전기모터가 들어간다. 일반 토르칼의 최고출력은 821마력, 최대토크는 121.7kg•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4초다. 이미 웬만한 고성능 스포츠카에 견줄 만한 숫자다.

토르칼 S는 한층 강력하다. 출발 가속을 극대화하는 기능을 사용하면 최고출력 888마력, 최대토크 137.7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단 2.9초다. 최고속도도 시속 260km에 이른다. 거대한 고급 SUV가 3초도 걸리지 않아 시속 100km에 도달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다.

하지만 벤틀리가 추구하는 성능은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강력한 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전기모터는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큰 힘을 낼 수 있지만 반응이 지나치게 예민하면 오히려 고급차다운 편안함을 해칠 수 있다. 벤틀리는 이런 특성을 고려해 힘이 부드럽고 점진적으로 전달되도록 구동계를 다듬었다.

결국 토르칼이 보여주려는 것은 빠른 전기차 이상의 가치다. 여유롭게 달릴 때는 조용하고 편안하지만, 운전자가 원하면 언제든 강력한 힘을 꺼내 쓸 수 있는 자동차. 엔진의 형태는 달라졌어도 벤틀리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성격은 그대로다.

벤틀리 토르칼. [사진=벤틀리모터스코리아 제공] 

강력한 전기모터만으로 좋은 고급 SUV를 완성할 수는 없다. 특히 커다란 배터리를 실은 전기차는 무게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하다. 빠르게 가속하는 능력 못지않게 코너를 돌고 멈추는 과정에서 차체가 안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토르칼에는 벤틀리 최초로 완전 능동형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노면 상태와 운전자의 조작에 맞춰 네 바퀴의 움직임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장치다. 차체가 좌우로 기울거나 앞뒤로 흔들리는 현상을 줄이면서 승차감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충격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다시 펴지는 과정을 각각 조절하는 전자제어 완충장치도 더했다.

뒷바퀴 조향 기능도 기본으로 들어간다. 뒷바퀴가 최대 5도까지 방향을 바꾸며 회전반경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토르칼의 회전반경은 11.1m다. 차체 길이가 약 5m에 이르는 SUV라는 점을 생각하면 도심의 좁은 길이나 주차장에서 유용할 만한 기능이다.

이런 장비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분명하다. 커다란 차체를 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만 실제 승차감과 조향 반응은 국내 도로에서 직접 운전해 봐야 판단할 수 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벤틀리가 전기차의 강력한 가속력만큼이나 차체의 움직임을 다듬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는 사실이다.

충전도 여유롭게

토르칼에는 사용 가능한 용량 기준 113kWh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간다. 800볼트 전기 시스템을 적용해 최대 400kW의 초급속 충전을 지원한다. 유럽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600km다. 다만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실제 국내 판매 모델의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충전 성능도 인상적이다. 적절한 초급속충전 환경에서는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16분이 걸린다. 7분 충전으로 약 160km를 달릴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물론 충전기의 출력과 배터리 온도, 충전 상태에 따라 실제 충전 시간은 달라진다. 최대 400kW의 충전 성능을 활용하려면 이를 지원하는 충전 시설도 필요하다.

벤틀리 전기차에서 주행거리와 충전 시간은 중요한 요소다. 고급차를 타면서 충전 때문에 이동 일정을 지나치게 제한 받는다면 그 자체로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르칼은 넉넉한 배터리와 빠른 충전 기술을 통해 장거리 여행에서도 여유로운 이동을 지향한다. 다만 국내에서 실제로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는 충전 환경과 인증 결과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손끝에서 느끼는 고급스러움

벤틀리 토르칼. [사진=벤틀리모터스코리아 제공] 
벤틀리 토르칼. [사진=벤틀리모터스코리아 제공] 

벤틀리의 실내는 언제나 특별했다. 좋은 가죽과 나무, 금속을 사용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소재를 손으로 만졌을 때의 감각까지 중요하게 생각했다. 토르칼 역시 이런 전통을 이어간다. 전기차에 어울리는 새로운 화면과 디지털 기능을 더했지만, 실내를 온통 화면으로 채우지는 않았다.

운전석에는 곡면 화면을 배치하고 주요 기능에는 물리적인 버튼을 남겨뒀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손끝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벤틀리 특유의 둥근 송풍구와 정교하게 가공한 금속 장식도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디지털 기술과 전통적인 장인정신을 함께 보여주는 구성이다.

소재 선택의 폭도 넓다. 다양한 색상의 가죽과 울, 나무 장식 등을 조합해 자신만의 실내를 만들 수 있다. 최고급 메리노 울을 비롯해 기존 고급차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웠던 소재도 선택할 수 있다. 벤틀리가 생각하는 고급스러움은 정해진 실내를 고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에 맞춰 자동차를 완성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시트에도 신경 썼다. 기본적으로 16방향 전동 조절과 열선, 통풍, 마사지 기능을 갖췄다. 선택 사양을 더하면 탑승자의 자세와 체압을 고려해 좌석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마사지 기능을 등과 어깨뿐 아니라 허벅지 부위까지 확대할 수 있다.

뒷좌석에는 벤틀리 최초로 전동 접이 기능을 갖춘 3인승 좌석을 적용했다. 편안하게 이동하는 고급차이면서 필요할 때는 짐을 넉넉하게 실을 수 있는 SUV의 실용성도 고려했다.

엔진 소리까지 새롭게

토르칼에는 조금 독특한 장비도 들어간다. 전기차를 위한 전용 주행음이다. 벤틀리는 오랫동안 강력한 엔진이 만들어내는 소리까지 자동차의 매력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전기차에는 엔진이 없다. 그렇다고 기존 엔진 소리를 단순히 녹음해 재생하는 방식만으로 벤틀리다운 감성을 만들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실제 악기 연주를 바탕으로 새로운 주행음을 개발했다. 벤틀리의 전통적인 대형 8기통 엔진에서 영감을 얻되 전기차만의 새로운 소리로 재해석한 것이다. 운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를 통해 차의 움직임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전기차에서 인위적인 주행음이 꼭 필요한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조용한 전기차를 선호하는 운전자도 있을 것이다. 다만 벤틀리가 소리까지 자동차의 개성을 만드는 요소로 바라본다는 점은 흥미롭다. 엔진이 사라진 자리를 단순히 침묵으로 남겨두지 않으려는 시도다.

벤틀리의 다음 100년

벤틀리 토르칼. [사진=벤틀리모터스코리아 제공] 
벤틀리 토르칼. [사진=벤틀리모터스코리아 제공] 

토르칼의 국내 공개는 벤틀리에게도 의미 있는 행사였다. 벤틀리는 2006년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고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국내에서 벤틀리는 특별한 고급차를 원하는 사람들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아시아 최초 공개 장소로 서울을 선택한 것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토르칼은 기존 벤테이가를 대신하는 모델이 아니다. 컨티넨탈 GT와 플라잉스퍼, 벤테이가에 이어 새로운 선택지를 더하는 자동차다. 벤틀리는 이를 통해 전통적인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를 함께 선보이게 됐다. 운전자가 원하는 동력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브랜드의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다.

물론 토르칼이 벤틀리의 새로운 대표 모델로 자리 잡을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의 변화도 빠르고 고급차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가치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벤틀리 특유의 승차감과 정숙성, 완성도가 전기차에서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현됐는지는 실제 도로에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벤틀리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신이 잘해온 것을 버리지 않았다. 강력한 성능과 편안한 승차감, 좋은 소재와 섬세한 마감이라는 기본을 지키면서 동력계와 기술을 새롭게 바꿨다.

100년 넘게 엔진으로 자신을 증명해 온 브랜드가 이제 전기로 같은 이야기를 시작한다. 토르칼은 벤틀리가 전기차를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전기차도 여전히 벤틀리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델인 것이다. [시사캐스트]

 

자동차 전문칼럼니스트 크크맨(이병진).
자동차 전문칼럼니스트 크크맨(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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