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캐스트, SISACAST= 이아름 기자)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조선업도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거둔 성과라 더 눈에 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의 누적 수출액은 930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2949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액이 90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지난 10월에는 월간 수출액이 1153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93.7% 증가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10월에도 우리 수출이 1100억 달러 이상의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11월 중 연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이는 AI 산업의 성장에 따른 반도체 등 첨단산업 수요 확대와 함께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에 힘입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수출 증가를 이끈 핵심 산업은 반도체다. 지난 10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59% 증가했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는 AI 반도체의 연산 성능을 뒷받침하는 핵심 부품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축적해 온 메모리 기술이 AI 투자 확대와 맞물리면서 수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조선업에서도 실적 개선이 뚜렷하다. 다만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는 반도체와 다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세계 선박 수주량의 77%를 중국이 가져갔다. 한국의 점유율은 15%에 그쳤다. 중국은 대규모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 물량을 늘리고 있다.
그런데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올해 1~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7조 4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9% 증가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3분기까지 4조 448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수익성을 개선했다. 세계 수주 점유율에서는 중국에 밀리지만 국내 조선사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실적 개선에는 고부가가치 선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선업은 선박을 수주한 뒤 건조를 거쳐 매출에 반영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국내 조선사들은 최근 과거 높은 가격에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의 건조를 본격화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선박의 매출 비중은 줄고 고선가 선박의 비중은 늘었다. 이에 따라 매출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도 개선됐다.
선박의 종류와 기술력 역시 수익성을 좌우한다. LNG 운반선은 영하 162℃ 안팎의 극저온 상태에서 액화천연가스를 안전하게 운송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교한 화물창 설계와 단열 기술, 높은 수준의 건조 능력이 필요하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런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수주량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선박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반도체와 조선업은 서로 다른 산업이지만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술적 난도가 높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이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다. 반도체에서는 첨단 메모리의 개발과 양산 능력이 중요하다.
조선업에서는 복잡한 선박을 설계하고 정해진 기간에 건조하는 기술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오랜 기간 축적한 연구개발 역량과 생산 경험이 이런 경쟁력의 바탕이다.
다만 현재의 성과가 앞으로도 이어진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선박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반도체 역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제조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설비투자를 지속해야 하지만 생산 인력 부족과 전력 비용 상승이라는 부담도 안고 있다.
수출이 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지금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다시 살펴볼 시점이다. 특히 조선업은 세계 시장의 수주 물량을 많이 확보하는 것과 높은 이익을 내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기술 격차를 지키면서 생산성과 수익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면서 “중국의 추격 속에서 한국 기업이 얼마나 오랫동안 높은 부가가치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캐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