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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돋보기] 만원으론 김밥에 커피도 못 마시는 시대… 1인 가구 ‘외식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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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돋보기] 만원으론 김밥에 커피도 못 마시는 시대… 1인 가구 ‘외식 잔혹사’
  • 최기훈 기자
  • 승인 2026.02.23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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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캐스트, SISACAST= 최기훈 기자)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1인 가구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1인 가구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직장인 이지훈(31·가명)씨는 퇴근길 편의점에 들를 때마다 한숨을 내뱉는다. 예전엔 5000원이면 해결됐던 ‘간단한 한 끼’가 이제는 1만원 장벽을 위협하고 있어서다. 이씨는 “김밥 한 줄에 4000원 가까이 하고, 목을 축일 음료수 하나 집으면 6000원이 훌쩍 넘는다”며 “정부가 물가를 잡는다고는 하는데, 대체 어디 물가를 잡고 있다는 건지 체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이지훈씨의 토로는 엄살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의 ‘외식비 가격 현황’을 보면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00원으로 1년 전보다 7.4% 올랐다. ‘국민 간식’ 자장면과 라면은 이미 옛말이고, 이제는 ‘국민 식사’인 김치찌개 백반(8654원)이나 칼구수(9923원)조차 1만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삼계탕(1만8154원)이나 냉면은 이미 ‘특식’의 반열에 올랐다.

정부의 대응은 분주하다. 이재명 정부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를 출범시키며 식품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물가 관리의 강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실제로 밀가루와 설탕 등 기초 식자재 가격은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외식 물가는 비웃기라도 하듯 ‘역주행’ 중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외식업계는 “원재료 가격 일부가 안정됐다고 판매가를 내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소고기 패티, 빵, 치즈 등 재료비도 문제지만 가장 큰 부담은 인건비와 전기·가스요금 같은 고정비”라며 “최근에는 인건비 상승분이 원재료 하락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맥도날드가 조만간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사진 = 한국맥도날드]
맥도날드가 조만간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사진 = 한국맥도날드]

실제로 맥도날드는 20일부터 35개 메뉴 가격을 평균 2.4% 올리기로 했고, 버거킹 역시 와퍼 가격을 7400원까지 끌어올렸다. ‘가성비’의 상징이었던 햄버거 세트 메뉴가 이제는 1만원대에 진입한 셈이다. 여기에 커피 프랜차이즈와 호텔 뷔페, 심지어 편의점 PB 상품들까지 약속이나 한 듯 가격표를 바꿔 달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늘이 돕지 않는 ‘천재지변’급 변수가 물가를 더 밀어 올리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기에 구제역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농축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공습이다.

삼겹살 1인분(200g) 가격은 이미 2만원 선을 넘겼다. 폭염으로 돼지 성장이 더딘 데다 전염병으로 공급이 줄어든 결과다. 달걀값도 심상치 않다. 특란 한 판(30구) 가격은 전국 최고가 기준 8000원에 육박한다. 고기 한 점, 달걀 한 알 사기가 무섭다는 소비자들의 탄식이 대형마트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전염병은 즉각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방역 당국이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살처분 범위가 확대될수록 시장의 충격은 불가피하다. 공급이 줄어드니 가격이 오르는 경제 원칙 앞에서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은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2026년 1월 주요 외식비 물가 현황. [자료=행정안전부]
2026년 1월 주요 외식비 물가 현황. [자료=행정안전부]

외식 물가의 고공행진은 1인 가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다인 가구에 비해 외식 의존도가 높은 1인 가구에게 식비 상승은 곧 생존의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대비 26%나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0%)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 패턴도 변하고 있다. 배달 팁이 아까워 포장 주문을 선택하는 것은 기본이다. 프리미엄보다는 가성비를, 일반 식당보다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마감 세일’을 찾는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식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며 “단기간에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들이 지출 방식을 조정하며 스스로 생존법을 찾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정부의 물가 안정 드라이브가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지 않으려면, 단순히 기업의 팔을 비트는 것을 넘어 인건비와 물류비, 그리고 전염병으로 인한 공급 불안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1인 가구의 식탁 위에는 여전히 차가운 물가 바람만 불고 있다. [시사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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